밤나무와 아카시아
焉走
놈은 간밤에 누런 목젖을 토(吐)하며 뒤집어져버렸다. 얼마나 흘렸는지 굼실굼실 서투른 냄새가 새벽 농무(濃霧)를 밀치고 온산을 돌고있다. 늘 말이 없이 기우뚱하게만 섰더니, 뽀얀 분칠(粉漆)로 교태(嬌態)를 부리며 일벌들을 유혹(誘惑)하는 시큼한 암내에 취해 그만 첫액(첫液)을 쏟고만 모양이다.
발정(發情)난 계집은 대낮부터 숨긴 가시로 잔잎들을 할퀴며 벌떼와의 정사(情事)에 몸을 떨 뿐, 축축한 바지를 흘리며 휑한 눈으로 옆에 선 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아무리 헛날이었다지만 혓바늘까지 돋우며 꽃을 빌어 동정(童貞)을 바쳤는데...
곧 달아오를 하늘에 얼마간은 장대 같은 빗줄기가 후두둑거릴 것이고 다시 따가운 햇살에 선선한 바람이 묻어날 즈음, 놈도 탱탱해진 송이를 쩍 발기며 구릿빛 씨알로 뚝뚝 불거질 것이다. 값싼 화장기(化粧氣)는커녕 바랜 입성마저 잃고 가시로 가득 찬 쭈글쭈글한 자궁(子宮)에 뿌리는 마른 눈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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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한 오년만에 만난 친구와 한 잔 걸치고 들어와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빼꼼이 고개를 들이밀어 봅니다. 술자리에서 먼지 수북한 이야기를 하느라 목이 컬컬합니다. 나중에는 세상 욕도 좀 했습니다. 좌우튼 지금 기분은 조금 부양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다가 박동수 선배님께서 밤나무가 어떻고 아카시아가 어떻고 재밌게 말씀을 하셔서 저도 짧은 한 말 흘리고 갑니다. 그란디 박동수 선배님, 이 방 쥐인장님이신 이동윤 선배님을 비롯하야 삿갓 선배님, 정병선 선배님, 죄이기 동무 그라고 다른 어르신들 여수 함 않오실랑교? 이제 약발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내가 이 늦은 밤에 혼자서 뭘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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