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k신문 사진기자들과 화보편집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또 끼리끼리 술을 마셨는데 세상에 아침 5시30분까지
그래서 골은 깨질라 하고 출근은 어림 택 반푼어치도 없고
집에서 온 종일 뒹굴다 누가 준 꽁짜 사우나 티켓으로
사우날 갈라는데 그런데 나 지금 꿈쩍하기 싫은데
그래서 꽁짜 티켓 줄 바에 자가용까지 가져와서
공짜로 태워다 주면 좋은데
그 사람 인간성이 그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고
에이라, 우리 동네 5찬원짜리 호박사우나나 가자
근데 꽁짜 티켓 주신 양반,
나 돈 없소
고로 저녁 퇴근길 호박 사우나에 들러 5천원 내주고 가소
아, 그리고 음료수도 하나 마셔야겠소
2.
동윤 리 원장님,
참말로 딱, 내 맘 들게 회의 하셨습니다.
그래야지요.
이 험하고 고단한 세상에
자기 돈 아깝지 않은 사람 어데 있깐디요
조금씩 나누어 내면 아주 상쾌한 기분인데 그걸
혼자 낑낑 먼 지랄하고 다 낸다고
야단 법썩 쌍 법썩으로 싸우는지
그러니까 아주 특별한 경우엔
그 기분 따라 한잔 살 수도 있지요
그런데 하나도 안 특별한 날인데 괜히 자기가
잘 난 척, 높은 공무원이라고
평수 너른 아파트에 산다고 뛰면 꼭 썹쓰리 좀 한다고
키하고 거시기는 내가 더 큰데 날 깔보고
점심때도 나는 구내식당 3천원짜리면 땡인데
그래서 한번 안 나간다 하면 그걸로 끝이지
젠장 사무실 앞까지 와서는 "엠병, 안 나오면 콱 죽여 버릴꺼야"
와~ 살 떨리게 살벌하게 눈꾸녕 부라림서
동윤 리 원장님,
그러니 어쩌겠어요
상대는 딧따 높은 이 나라 공무원어르신인데
3.
참 고민스럽다
맘 잡고 공부 좀 해 볼까 요 며칠 책 좀 보는데
마라톤은 하나도 안 뛰는데
3~4일에 한 번씩 5m만 뛰는데
호주로 어학연수 간 큰 놈이 아예 대학교를
호주에서 다니겠다고 지가 전공하는 과가
호텔경영학쪽이라 아무래도 호주 대학교를 다니는 것이
앞으로 출세하는데 더 유리 할 것 같다고
아니 12월에 들어 오기로 하고 떠난 놈이
지금 먼 소릴하는지,
졸업때까지 학비 및 숙식비가 자그만치
약 1억5천은 잡아야 한다는데
내가 뭐 누구처럼 맨날 썹쓰리나 하는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도 아니고
그래서 빨리 상의를 드려야 하니 호주로 오라고
마침 7월초에 시드니 국제 마라톤대회가 있으니 와서
마라톤도 뛰고 지놈 진로에 관한 토킹어바웃좀 하자고
또 한가지
진짠가 가짠가 다시 한 번 3시간45분에 뛰어 보라고
도저히 못 믿겠다고 지 앞에서 직접 한 번 뛰라고
그러면 우리 아빠 의지의 사나이라 부르겠다고
그래서 저도 멋지게 호주대학교에 입학해서
공부 잘 하겠다고
이 짜식이 참 곤란하게...
참 고민스럽다
중단했던 마라톤을 다시 또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어느 농부님네 왈, 평생 농사 중 자식 농사가 제일 큰 농사라
했으니 호주에 안 가 볼 수도 없고 그럼 차라리
갈 바엔 시드니 마라톤도 쫌은 구미에 땡기고
아~ 등단이 우선이냐 자식 농사가 우선이냐
그노메 술 땜에 지금도 고른 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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