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마눌님은 60년생 쥐띠다.
1남 4녀인 딸부잣집 5남매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넘 부러울것 없이
커오다가 나한테 시집온 지 이제 올 10월이면 18년.
한때는 자칭 타칭 이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고3때는 미스 롯데엔가 어딘가 나가서
막판에 떨어졌대나 어쨌대나...(믿거나 말거나)
이거 우짜다보니 팔불출 마누라 자랑이 되어가고 있는듯 한데
할려고 한 야그는 그거이 아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한 3년전쯤에 강남의 한 백화점에
여성 의류 브랜드 아울렛 매장 위탁 영업(전문용어로 중간 관리자라 한다나)을
시작했다.한때는 그럭저럭 되며 애들 과외비며 살림에 보탬도 되고
남편 월급도 우습게 알고 하더니만 작년 하반기부텀은 영 아니올씨다더라.
고정적으로 직원 한명 월급에 이것 저것 나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다보니
결국 2월말에 눈물을 머금고 접었다.더 깨지기전에....
그것도 사업이랍시고 골치 아픈일이 많던 터에 집에 있으니 첨에는
세상 만고 편하다가도 그래도 싸장님 소리 들으며 나가던 사람이 집에 있으려니
시간이 좀 지나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러던 차에 평촌에서 유치원을 하는 바로 위 언니의 요청으로
1주일에 두세번 가서 이것 저것 일을 봐주기로 했단다.
그러던 지난주 어느날.
애들하고(4-5살 취학전 유아들) 얘기하다가
어떤 애가 울 마눌님한테 '할머니,이거 좀 해주세요'그러더란다.
세상에나. 머시라...할머니???
울 마눌님 쇼크를 엄청 먹고는
'아니야.선생님 할머니가 아니고 아줌마야..'
그러면서 다른 애들한테
"애들아.선생님 할머니야? 아줌마야?" 하고 물었더니
일제히 "할머니!!"그러더래...
그애들 엄마들이야 20대후반이나 30대초반들일테니 60년생 울 마눌님하고야
열댓살은 차이가 날 터. 자기들 엄마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한테는
할머니가 자연스럽게 나온단다.
그날 밤
아주 허탈해 하는 마눌님을 위해 내가 해줄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청춘이 아님을 이 막내딸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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