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럴까요?
김학윤 선생님께서는 '중독'이란 말이 주는 의미-부정적-가 좋지 않아 그리 쓰신 걸로 알겠습니다.
저 또한 그런 의미로서는 '중독'이란 말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마라톤 중독'이란 말이 나올까요?
또 그 것이 꼭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킬까요?
'절제의 미학'이라고 자평 하신 부분은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내용입니다.
'성취감'이라고 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완주의 기쁨'이라 해도 그렇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에는 어떤 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리할 것입니다.
만약 이익보다는 손해를 얻게된다면 지속적으로 그 것을 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지인의 경우에, 마라톤을 하게 되면서 부인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다 부상까지 겹치게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마라톤을 상당 기간 동안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이익보다는 손해가 컸다고 봐야 합니다.
한 동안 마라톤을 멀리 했다가, 최근에 부인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다시 마라톤을 시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라톤을 하다 보니 부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안 일이며, 자녀를 돌보는 등의 일을 하니 부부 관계가 좋아졌다는 분도 보았습니다.
어찌 어찌된 사연으로 사업이 번창하게 되었다는 글도 보았구요.
그래서 결국은 일상 생활에 활력을 얻었다, 대인 관계가 좋아졌다 하는 얘기들도 흔합니다.
마라톤을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하게되는 동기는 바로 마라톤을 통한 일차적 이득도 있지만, 주변 관계 등의 개선과 같은 이차적 이득도 또한 크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재미있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선택한다.' 라는 관점입니다.
남성은 선택받기 위해 여성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스포츠는 주로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큽니다.
반면에 여성은 관람자의 입장이 됩니다.
관람자의 입장은 판단, 판별하는 역할입니다.
점수를 주는 사람들입니다.
남자들은 죽어라 고 뛰어서 일등이 되려고 합니다.
여성들은 각자 판단의 근거로 그들을 선별해 냅니다.
주로 일등을 하는(빠른 사람들) 사람들이 많은 점수를 얻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뛰지도 않고, 적당히 가다가 중간에 잠깐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 겁니다.
불평불만을 해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정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결과가 좋다면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마라톤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다 그럴 것입니다.
스포츠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마라톤이라고 특별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기 축구를 하든, 골프, 수영을 하든 그 것들이 주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저 자신이 마라톤이 가장 적당한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중독'이라는 말이 왜 생산이 되었는가 의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라톤을 취미 생활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주제가 될 것입니다.
긍정적이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표현으로 그렇게 쓰여진다는 것이 일면 당혹감까지 느끼기 때문입니다.
혹시 마라톤이 실내 경기라면 '마라톤 중독'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요?
우스운 생각일지 몰라도, 제 생각에는 아마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내, 혹은 폐쇄된 실외 경기에는 관람자가 선택적입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공개된 실외 경기입니다.
일부 관람자는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교통을 통제하니, 일상 생활에 간섭을 받게 됩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갈 길을 막아 놓으니 봐야 합니다.
도무지 재미도 없고, 자신을 통제하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쉽습니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마라톤 중독'이라는 표현이 그 어떤 표현보다도 적절한 표현일 될 것입니다.
육두문자로 표현하자니 자신의 고상함을 손상 받는 것 같고, 좋게 말하기는 싫을 겁니다.
따라서 부정적 의미가 담긴 표현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입니다.
마라톤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달리는 형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적당히 땀을 흘리면 되는데, 왜 저렇게 달리는가?'
혹시 미친 것이 아닌가?
마스터스 마라토너들도 그런 말을 종종 씁니다.
마라톤광 - 마광이란 말도 한 때 쓰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라톤 중독'이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마라톤 자체로 인하여 피해를 보았거나, 자존심을 상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의 견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신들 또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견해가 좀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의 마라톤 참가 방식이, 어찌 되었든, '마라톤 중독'이나, 마광의 수준이니까요.
진화 심리학에서 특히 '성선택'에 관한 면을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 결과로 암컷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진화를 했다고 합니다.
일대일 대응방식(일부 일처제)을 선호하는 인류는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 또한 선택을 받기 위해 진화를 해 왔다고 합니다.
남성들은 주로 스포츠 등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방식이라 합니다.
즉 자기 과시를 위하여 스포츠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과시의 목적은 선택받기 위해 진화한 것 즉,
일차적 목적은 제 짝(부인 또는 애인)에게 좋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라톤 대회에 가족을 동반하는 것을 보고 또, 저 또한 그랬었던 것을 기억해 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마라톤 때문에 가정 내 불화 또는 화목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에게는 '성선택'에 의한 효과를 보았든,
다른 결과 또는 이익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마라톤을 하는 것 자체는 당사자에게 이익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할 필요나 당위성을 잃게 됩니다.
'그 힘든 것을 왜?...'라고 질문하는 이유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라톤은 아무런 매력이 없는 것입니다.
마라톤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마라톤에 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생각하고, 해석해서 만든 것이 바로 '마라톤 중독'입니다.
결코 곱지 않은 표현이지만, 그 표현 이면에 숨겨 있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려들어, 길을 막거나 딴지를 걸어온다면 몰라도 그냥 비아냥거린다면 괜히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고,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그런 표현들을 어찌하면 막아볼까 생각해도 마땅찮은 것이, 그들은 언론이나 학계에 관계된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학자연하면서 그런 표현을 만들어 냈고, 자기 과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만족해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지적한 '마라톤 중독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마라톤을 하고 나서 부부 관계에 많은 개선을 느꼈습니다.
권태기에 빠진 때에 새로운 흥밋거리를 아내에게 제공했고,
너무 자주 마라톤 참가하다 보니 미안한 마음 때문에 가정 일에 충실해졌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이 먼저니, 가정이니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왜 그럴까 의심하고, 생각하다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 봅니다.
몇 자 적는다는 것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글을 읽어 주셔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저희 달리는 의사들 회원광장에 올린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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