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러지 마라야 했다.
우리가 바보 동물과 다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다행스럽게 인간에겐 이성 즉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알량한 지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날 왕창 술을 마셨다면
흔히 말한다.
절대 뛰지 말라고 며칠 쉬었다 뛰라고
가만히 귀에다 대고 충고한다.
사실 의학적 지식 하나 없는 내가 생각 하더라도
술 마신 다음 날 뛰는 것은 저 혼자
아름다운 자실행위 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아침까지 입에서 술 냄새 나게
퍽이나 퍼 마신 날은 때려 죽여도 안 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뛰라 하셔도
“못 뛰겠는데요.” 하며 안 뛴다.
이것은 내 마라톤 철학이다.
오늘 아침 일곱시 경
어슬렁 강변을 걷는데 바람보다 반발 앞서
휙 달려오는 쐐까만 남자.
보아하니 20km는 족히 뛰었을 땀범벅
그 남자 앞 1m 쯤 다다르자 와, 이런 썅 술 냄새.
이렇게 취하도록 밤새 술 먹고
이 지경으로 뛰어도 되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어 한마디 하려는데
“나 19km뛰었어. 와 술 먹고 뛰니까 힘드네.”
2.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
무리하지 마세요. 쉬세요.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텀턱스럽게도 약을 뭉텅이로 처방해 준다.
그러면 약아빠진 나는 반만 먹고는 쏵 버려버린다.
쉬라고 무리하지 말고 쉬라는 우리 주변의 참 고마운 의사선생님들
이 자릴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동윤 리 원장님 어째요?
술은 다 깨셨나요?
담에는 그렇게 술 마신 날은
무리하지 마세요. 쉬세요. 절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의사 안 하길... 천만 다행이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