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마르고 서야 마라톤은 못 뒤는 법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퍼 마시다간
뱃가죽은 노들강변 마냥 출렁거려
오도 가도 못하는 오버 파이브 신세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매 급수지점에서
적당량의 물을 마신다
그 적당량도 그 날 컨디션 따라
아주 냉정하게 량을 조절하며 마신다
때로는 두 컵, 어쩔 때는 한컵,
그것도 몸이 가벼울 때는 한 모금도 안 마시고는
내리 사정없이 빼 버린다
멈춰 물 마시는 시간도 족히 30여 초
그 시간을 풀코스 매 급수지점을 감안 한다면
3~4분은 된다
3~4분이면 800m는 족히 달리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은 어찌 함부로 버릴 손가
그러나 오늘은 여느 때와 달랐다
나름대로 독기 품은 자존심 대결의 날이다
만에 하나 지는 날 개 밥통에 잘못 낀
도토리마냥 처량한 신세가 된다
그랬다
오늘은 초반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1차 목표 3시간30분대를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소 몸이 가벼울 때 디립따 빼 놔야 했다
그래서 매 5km의 25분도 양이 차질 않았다
23분대로 다시 수정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곳 7,5km지점에서
물을 충분히 마셔 둬야 했다
그래서 나는 딱, 7.5km 급수대 끝 자락에서
물을 한컵 마시고는 케토레이를 찾았다
그러자 케토레이는 지나온 맨 앞에 가서 마시란다
와~ 급수대 끝 자락에서 맨 처음 급수대까지
거리가 얼만데, 줄잡아 100m는 넘을 텐데..
100m를 뒤로 가라면 그럼 내 라이벌들과의 거리는 더
아주 더 가까워지기에 정말 그럴 수가 없는데
나는 고민 고민했다
정말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부탁했다
"학생 나 여기 가만히 있을 테니 좀 갔다 줄래?"
그랬더니 그 학생 바빠서 안 된단다
존 말로 할 때 가서 마시란다
그 키 째끄만 학생 인상 참 사나운 학생
무섭기도 해서 나는 그만 가서 마시기로 했다
그러니까 7.5km에서 100m뒤로 가서 마셔야 했다
정확히 말해서 7.4km를 이제 통과 한 셈이다.
아까 또 지나온 5km지점에 손 수건 놔 두고 온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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