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임도는 나에겐 천적이었다.
환장하게도 울창 울창 쏟아지는 푸르름이 그랬고
미안스레 산 허리춤 깎아지른 당찬 언덕이 그랬고
그 길, 나에겐 천적같은 그 언덕을
저 만치 잘도 뛰어가시며 바짝 빳짝 약만 올리는
아주 미운 인천 머슴애, 박모 원장님이 그랬고
그 날 뒤로 나를 상사뼝나게 만든 해오름 마라톤클럽
어느 미모의 가시나가 그랬고
오르내려 임도라 15km, 막 배고픈 놈 앉혀 놓고
멍멍군들 연하디 연한 등받이며 배대기며
거기다 쌈소롬한 곁들인 야채가 그랬고
얼마나 쳐 먹었는지 내 배는 비비회장 자릴 넘보고
잘 먹고 잘 드셨는지 모두는
쩝쩝 이빨 쑤심서 덕담 나누는데
옆에 선 어떤 점잖은 한 분이
그늘에 놓인 바둑판을 보더만 날 오라고
손가락 두개 세워 까닥까닥 존 말 할때 오라고
대여섯급 둔다고 그것도 20년 전의 일이라고
말랑말랑 흑을 잡더만
소리도 둔탁하게 촛짜처럼 두더만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댓점 놋시오" 했는데
어라! 초반 넘어 중반으로 가는 길목
내 집은 몽땅 너덜거린 월세 또는 전세껄이,
자기집은 몽땅 펜션에 초호화 빌라에 널따란 잔디마당까지
이통에도 창피하게 속속 구경꾼들은 모여드는데
쫙 에워싸는데 "백이 졌구만" "백 형편 없구만"
"야, 백 오목두냐?" "존 학원 나와야지 사랑방에서 배웠구만"
한마디씩 하는데 쪽은 쪽대로 팔리는데
와, 피 끓더만 미치겠더만...
여보세요. 바둑을 변두리 학원에서 배우신 인천쪽에 사시는 형님,
강남 기원 존대서 다시 한 번 둡시다.
어쨌거나 수확은 있었고
야리까리한 미모 한명은 이제 나만 좋다고
언제 시간 되냐고 달랑 둘만 한 번 더 뛰자고
울창스레 숲도 많아 안으로 살짝 들어가면
ㅋㅋㅋㅋ...안 보인다고
벌써부터 가슴은 울렁거리고
오! 대야미,
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 살고 싶다.
그 곳에 잠 들고 싶다.
오! 대야미, 그 품으로...
강성구는 참 존 사람이고
내가 보기에 아직은 까만 때가 덜 묻은
순수 대야미 인정있는 사람이고
또 다시 그런 날에 날 불러 준다면
오! 대야미, 그 곳에 가고 싶다.
근데 성구성,
그 미모 이름이 뭐랬지?
젠장, 미모에 정신 팔려 그만 이름은 안 물어봤네.
-경고-
그 미모는 무조건 삿갓 소유물이요.
고로 모두에게 경고 하노니
응큼 떠는 者, 극형이요.
특히 인천쪽 대여섯급 두시는 분은 각별히 조심하시요.
삿갓 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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