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망설이다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이 글 을 씁니다. 대부분의 사우께서 담배를 끔찍히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저는 목과 코가 굉장히 예민합니다. 어제는 하도 목이 따갑고 가래가 끓어 근처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사무실내에서는 물론 금연이지만 사무실 입구 복도에 마련된 휴게실은 애연가 여러분의 파라다이스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 화력이 집중되는 날이면 미처 빠지지 못한 담배연기가 사무실안으로 스며듭니다. 사무실이 금방 뿌옇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담배를 피우고 계실 때 화장실을 갈라치면 그 옛날 군대시절 유격훈련장에서 개스실을 통과하는 각오를 하게 됩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갑니다.
그러나 화장실안에서 뿜어내는 담배연기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월치만은 않은 밀어내기에 수반되는 처절을 극한 비명소리, 정말 애처롭습니다. 간신히 목적을 달성하고 난 뒤 안도감과 함께 폐부깊숙히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내뿜으면서 느끼는 성취감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마지막 한방울의 소변이 내 몸을 빠져나올 때까지 속절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그 지독한 개스를 고스란히 참아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가끔 자살을 꿈꾸기도 하지요.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실 때는 그렇다 치고 식사를 하면서, 숟가락에 밥을 담아 입속에 넣고 난 뒤 한 손으로 담배를 피워무는 그 고상한 취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정말 망연합니다.
담배냄새조차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저로서는 담배 연기에 휩싸여 식사를 하는 일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의 고문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몇번이나 죽음을 떠올리다가 이렇게 그냥 죽는 것은 개죽음이라 생각되어 맞은 편에서 열심히 담배를 빨아 제 얼굴을 정확하게 겨냥하며 연기를 내뿜고 있는 넘 하나 때려죽여 적장을 끌어안고 촉석루 앞 의암에서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처럼 나도 죽자고 다짐을 하며 주먹을 불끈 진 적도 몇번이나 있었지요!
금연을 위해 殉死하는 것인데 누가 압니까! 나중에 세계금연협회에서 烈士 혹은 義士로 추앙하여 동상은 아니더라도 공덕비 혹은 순사기념비정도는 하나 세워주며 제 외로운 넋을 달래고 고귀한 뜻을 기리게 될지 말입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세상을 달리했다는 다 아는 사실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4444배 더 높다는 임상실험통계도 굳이 말씀 드리지 않갰습니다. 담배는 기호품의 일종이니까요. 기호(嗜好)라는 한자어를 파자(破字)하면 노인(老)이 입(口)으로 매일(日) 즐기는(好) 것이라는 말씀도 드리지 않으렵니다.
참을데까지 한번 참아보렵니다. 물에 축인 마스크로 견뎌보다가 방독면을 하나 살까합니다.
이미 중독이 되어 목숨보다 더 사랑하시는 담배를 순번을 정해 교대로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건강하게 오래 담배 즐기시길 빕니다. 그리하여 담배피우고도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기적의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완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은 저의 이 호소는 결코 농담도, 진담도, 덕담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의 이 간절한 호소는 솔직히 말씀드려 저주에 가까운 악담입니다.
(*) 이 글은 제가 신문사 재직시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했던 것입니다. 신문기자들 담배 엄청피우더군요! 담배 많이 피워 폐암에 걸려 입원한 동료기자 병문안 가서도 병원 화장실에 가서 담배를 피우는 초인적인 강심장을 가진 기자들도 여러 명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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