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환자로 바쁜 것은 참 드문 일이긴 합니다.^!^
개원해서 약 2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개원 다음 날부터 평균 하루 50명 정도를 보다가 어느 날 감기가 유행하여 70명 이상을 보게 되니까 그냥 속으로 짜증이 엄청 났습니다. 그럴 것이 20년 가까이를 입만 갖고 탱탱 놀다가 갑자기 비숫한 이야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듣기 싫으면 방안에서 가만히 책만 보고 있으면 되다가 나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방문한 환자는 봐야하니까 말입니다. 굉장한 스트레스였지요. 하루가 끝 날 즈음이면 응원차 온 집사람이 내 눈치만 보게 되기도 했고요.
사회화 되는데 정확히 약 5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거 하는데 얼마예요?'하고 묻는 환자들에게 얼굴 똑바로 보고 얼마입니다하고 대답해 주는 것이 어색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 간호사들이 중간에서 고생을 하는 수도 더러 있습니다.
바쁠 때일수록 더 천천히 환자를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헷갈려 뭔가 잊어버릴 것같은 느낌이 들거던요. 밖에서는 야단입니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그런 그 분도 나와 같이 마주보고 앉으면 일어나기 싫어하시지요. 이런 것이 인생살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
그러나 따라가 보면 역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떡도 크기는 나와 비슷합니다.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어떤 분의 말씀이 있습니다.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고함지르는 것도 실은 이쪽 나무에서 보면 저쪽 나무에 열매가 더 많은 것같아서 막상 건너가면 나뭇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방금 떠나온 나무의 열매들이 더 잘 보이고.....그래서 또 쫓아가 보지만 역시나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우리는 이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태산같은 무거움이 필요할 때도, 또 도움이 될 때도 있거던요.
미국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한번씩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혹시 너무 빨리 달려 자기의 영혼이 미처 뒤쫓아오지 못했을까봐 영혼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랍니다.
바쁘다고 나 자신의 영혼을 돌볼 틈 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가서는 안되겠지요. 조금씩 갖는 여유가 혹시 잃어버릴 수도 있는 나 자신의 영혼을 제대로 찾을 수 있는 길이며,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보듬고 가는것, 이것은 오로지 내 자신의 해야할 몫일 뿐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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