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로 옮긴 노래방 홀은 매우 넓었다.
백 여명이 동시에 들어 갈 수 있을 만큼의
큰 공간, 각종 토론회 겸 회의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우리는 통째로 빌려 노래를 불루스를 탱고를
그러다 창수는 저 홀로 무심의 지르박을 땡겼다.
10시부터 12시까지의 예약을 무시하고 새벽 2시를 넘기는
철없는 비비들의 아우성, 그 아가리로 넘어가는 맥주는
쪼잔하게 병으로 시키기엔 양이 안 찼던가.
창수는 쥔을 불러 "사장님 여기 맥주 한 세짝 갔다 놓으세요"
통 큰 창수는 이 다음에 커서 큰 인물이 될 재목임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빨리 커라 우리 창수!! 시계 장수 창수! 창수!
무럭무럭 빨리 커다오.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 그리고 인격 또 꼬라지를 알려면
술을 마셔 보면 안다.
누군들 술이 취하면 평소의 행동에서 일탈하여
원초적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 날도 예외는 없었다.
영철이 형의 사리분별 못하고 날 뛰는 행동은
다소 미운 행동이요 똥 오줌 못 가리는 세살박이 질퍽거림이었다.
또한 대연 조 사장의 자기만의 독점 마이크 역시
마땅히 비판의 도마에 올라야 한다.
그 날 우리 모두는 단체라는 이름으로 모였으며
항상 양보의 미덕을 길러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
내 말에 마음 아파하지는 말라. 다만 없으매 있는
있으매 없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사회인이요
사리 분별이 뛰어난 사회의 우량아 임을 말할 뿐이다.
그 날 노래방 카수는 성만이 형이었다.
필라멘트 떨림같은 간들어진 목소리로
'원점'을 열창하는 데야 제기랄 어찌 오줌 몇 방울
안 싸고 배길 재간이 있으랴!
축축하게 젖어오는 내 아랫도리의 자진 아리랑
그 장단에 사타구니는 점점 교성의 흐느낌에
넋을 잃고, 바이브레이션의 제왕 나훈아 사촌쯤은 되는
성만이형의 파격이요 변신에 나는 그만
제대로 괴성 한 번 못 지르고
바보, 신혼 밤 치르듯 그렇게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대단한 절창이었다.
성만이형 언제 노래방 한 번 다시 갈까요?
가서 우리 점수로 내기 한판 할까요?
그런 사람이 어째서 카수 안하고 구청엘 다니는지
바보, 카수가 돈 더 많이 버는데...
늦은 시각 일행 중 일부가 서울로 향했다.
아쉬움에 마음은 두고 몸만 차에 오른 일행에게 우리는
양평의 밤 공기를 한 사발 떠서 안겨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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