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부터 마신 술은 결국 새벽 3시에야 막을 내렸다.
지금 계산서를 보니 그 때까지 마신 술은 양주 3병,
복분자 1병, 맥주 81병, 소주17병, 전체 병 수로는 무려
102병을 마셨다. (창수형이 반은 마심)
노래방을 끝낸 우리는 꺼덜거리며 1001호로 올라왔다.
잔뜩 취한 몸으로 숙소에 돌아 온 내가
1시간 먼저 들어와 자던 현우 옆으로 누우려던 참
이상한 물건 하나가 일어났다 앉았다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까닥 모를 고얀 짓을 하고 있었다.
이미 불 꺼진 방이라 딱히 그 정체를 알 수는 없었으나
직감으로 나는 뭐하는 놈인지는 알 수가 있었기에
톡 한대 쳐 보았다.
그랬더니 그 놈이 더 빳빳하게 고개를 쳐 들고는
어찌나 대들던지 그래서 홧김에 왼쪽 싸댕이를 또 한대
갈겼더니
와! 숨을 헐떡거림서 쌩 땀을 막 흘림서
흰 거품 푹푹 뿜음서 씩씩거리더만
인자 책임지라고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데리고 살라고
삿갓 너, 내 몸에 손 댄걸 보니 돈푼께나 있는 모양이라고
한번 망친 몸 누가 데리고 가겠냐고
눌러도 빨닥 일어나고
다시 자라고 숨통 조여 맥을 끊어도 깐죽깐죽 다시 일어나고
아주 고얀 놈이, 버섯도 아닌 놈이, 삿갓 비스무리만 했지
삿갓도 아닌 놈이, 한 뼘 될락말락 한 키로 꾸리꾸리한 냄새까지 풍기며
어째서 잠도 안 자고 夜한 밤, 홀로 깡다구 부리는지
현우 성, 잘 좀 해줘라.
갸 더 성깔 더러워지기 전에... 알았지?
돈 없음 와. 같이 가게..
우리는 백운봉을 오르기 위해 딱 3시간만을 자고
6시에 기상했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