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진부하기도 하고 막연하기도 한 화두를 짊어지고 지난 한 주 반도의 끝 해남 대흥사 산문에 들었습니다.
4박5일동안 말하자면 출가를 한셈이었습니다. 스님들과 일상을 같이 했지요. 새벽 4시에 하늘과 땅으로 고루 울려퍼지는 법고소리와 범종소리에 깨어나 도량석과 새벽예불, 참선, 발우공양, 울력, 경전공부, 사시예불, 사경과 교리공부, 참선, 저녁 예불, 정진등 빼곡 촘촘하지만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지막날에는 인욕정진의 수행으로 1080배도 올렸습니다. 말그대로 오체투지 몸을 던져 절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절을 한다는 의식도 잊어버렸습니다.
주지이신 夢山 큰 스님께 계를 받았습니다. 정병선이라는 속가의 이름을 버리고 智月이라는 법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지혜를 달빛처럼 세상에 고루고루 조용하게 전하라는 뜻이랍니다. 그러니까 7월24일은 저의 또다른 생일인셈입니다.
선방의 대나무 발사이로 문득 햇빛이 오래 된 은행나무 잎사귀에 내려 앉아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고 또 그 잎들이 조용하게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귀중한 체험과 작은 깨달음은 잘 정리하여 '智月居士 出家記'라는 글을 통해 기회가 닿는대로 전해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불이문을 지나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환속을 하는 순간 온갖 번뇌가 새벽 안개처럼 피어 올라 다시 머리를 채우더군요.
僧과 俗이 일주문 하나 사인데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사람들의 눈은 더욱 핏발이 서 기약없는 싸움을 극악스럽게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가슴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동안 모두 잘 계셨는지요.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더운 월요일에 다시 산문을 그리며
智月 合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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