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심하게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제일 먼저 자아비판적 기구설치에 나섰고 국방부도 이에 질세라 특별기구를 만들 예정이랍니다. 우리에게 '과거'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요?
미국 오하이오주 출생의 신문기자며 풍자작가였던
엠보로스 귀넷 비어스(Ambrose Gwinnett Bierce 1842~1914?)가 그의 걸작 '악마의 사전( The Devil's Dictionary) ' 에서 내린 과거에 대한 정의를 소개합니다.
" 과거는 영원(永遠)의 한 부분으로서 사람들은 그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 별 것 아니지만 약간은 유감스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한 선(線)에 의하여 '미래'라고 알려져 있는 가상의 기간과 분리 된다. 하나가 계속해서 다른 하나를 지워나가는 이 두 가지 큰 영원의 부분들은 완전히 서로 다르다.
'과거'는 슬픔과 실망으로 어두우며, '미래'는 영광과 즐거움으로 밝다. '과거'는 눈물의 영역이며 '미래'는 노래의 영역이다. '과거'속에는 누더기 차림의 창백한 '기억'이 옹송 거리고 앉아 참회의 기도를 웅얼거리고 있으며, '미래'의 태양 아래에는 '희망'이 날개를 펼치고 자유롭게 비행하며, 성공의 제단과 나무그늘을 유혹한다. 그러나 '과거'는 어제의 '미래'이며, '미래'는 내일의 '과거'이다. 그들은 하나, 즉 경험과 꿈이다. "
(*) 그렇습니다. 과거는 그저 흘러간 나날들 일뿐입니다. 죽어간 자들의 그리고 살아 남은 자들의 경험과 꿈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과거는 그 시대를 몸으로 살아 내다가 죽어간 자들의 온전한 몫으로 남겨두어야 마땅합니다. 과거는 결코 청산의 대상이 아닙니다. 과거는 구분과 단절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와 중첩되어 이어지는 시간의 한 자락입니다. 오욕으로 얼룩진 과거가 부끄럽다고 해서 그것을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하여 표백하고 세탁하려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 가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기도 버거운 자들이 살아보지도 않은 과거를 어찌 평가하고 단죄한다는 말입니까?
역사의 지평에, 그 지나간 시간속에 때로 내리는 비와 눈과 기약없이 불어제끼는 바람의 의미는 우리 모두의 가슴마다 다르듯이 과거로 부터 얻는 메세지나 교훈의 의미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다만 마음의 동공(瞳孔)에 맺히는 이슬을 닦아 낼 일입니다. 투명하도록 맑은 마음의 눈으로 과거보다는 현재를, 현재 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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