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윤외과의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작 성 일 : 2004.08.23	+ 작 성 자 : 박동수
+ 제 목 : 할머니와 파스.(옮김)
+ 파일첨부 :
어제 점심 때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힌 아킬레스 부위가 부어오르더니 통증이 심했졌다 절뚝거리는 걸 본 아내가 괜찬냐며 걱정을 하더니 상비약통을 뒤져서 파스를 가져왔다 남은게 그것 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할머니 파스 심부름 하러 사러 다니긴 했지만 의사가 되고나서는 파스를 붙여본 적이 없었던 것같다 옛날부터 종합병원이셨던 할머니 팔,다리,허리가 아플때면 파스 사러 약국에 참 많이도 다녔는데.. 3년전부터는 그나마 하던 파스 심부름도 없어져버렸다 자고나서 목이 아프고 움직이지 않아 끙끙 앓고 있는 손주놈이 애처러워 할머니 손수 파스를 사가지고 와서는 이리저리 붙여주셨는데...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기름기가 없이 퍼석하게 말라버려 가죽 밖에 남지 않았지만 어서 나으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시던 할머니의 그 손... 장손이었기에 할머니 사랑을 독차지했던 만큼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할머니의 애간장은 더욱 타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안먹고 안 입고 눈물나도록 아끼고 아껴서 깊숙히 숨겨놓은 쌈지 주머니를 자식과 손주를 위해서는 아낌 없이 쓰셨던 할머니.. 철없고 어리기만한 손주가 어느덧 다자라서 의대에 들어 갔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하셨다 자취를 했기에 밀린 빨래감 들고 집에 들어갈 때면 장손 왔냐며 구석에 꼼쳐 두었던 맛나는 것들을 꺼내 놓으시며 객지에서 고생 많다며 글썽이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자식걱정 손주들 걱정을 잠시도 손에 놓을 수 없었던 할머니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셨다 하루는 내가 너에게 치료 받을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야 되겠냐며 눈물을 흘리셨는데 의사가 되고 나면 꼭 치료해 드릴께요 라며 위로해 드렸지만 난 그 약속을 지켜드릴수가 없었다 국시에 합격을 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날 할머니는 평생을 살아온 보람을 이제야 찾은 것인냥 기뻐하셨다 할머니 이제 제가 개업을 해서 평생을 억척같이 살면서도 자식들을 위해서만 쓸줄 알았던 할머니의 그 쌈지 주머니 이젠 제가 채워드릴께요 아니 몇배 몇 십백 몇 백배 채워드릴께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바램이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향한 기도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 개업을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손주의 병원을 끝내 보지 못한채 돌아가셨다 조금만 더 계셨다면 할머니의 쌈지를 넘치도록 채워드릴텐데... 야 이 의사야 나 좀 낫게해주라 며 끙끙 앓으면서 밤잠을 설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내눈엔 선한데.. 난 할머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었다 세상엔 나의 힘으로 할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이 있는 것 같다 오늘 할머니 한분이 허리가 너무 아프다며 파스좀 처방해달라고 하신다 우리 할머니랑 연세도 비슷하신 분이다 평소에도 숱하게 처방을 내는 파스 건만 오늘따라 파스를 보면서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내 발뒤꿈치에 붙어 있는 이 놈의 파스 때문인가? 지금은 나와 함께 있지 않지만 영원히 나와 연결되어 있는 할머니의 채취가 파스 냄새를 타고 느껴진다
다음글 : 이제부터의 화두는 삶의 질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전글 : ^^맘껏 웃어봐요(83)- 삿갓 어른과 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