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나는 세종이 되고 싶었는데 태종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고 토로를 한다고 한다. 지난해 "새 시대의 장남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 역할에 머무를 것 같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세종보다는 '왕자의 난'을 겪으며 조선조 초반을 정리하고 넘어갔던 태종 때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중앙일보 8월24일자)
이쯤되면 대통령의 과대망상증은 심각한 중증이다. 비뚤어진 역사관에 입각한 그릇된 신념으로 국론은 분열되고 경제는 밑바닥을 기고 있으며 국민들은 도탄에 빠져 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기와 독선으로 과거사정리를 기필코 해야겠다며 성군이신 세종과 태종을 들먹거린다. 하긴 탄핵사태에서 벗어나자 마자 '부활'운운하면서 예수님과 같은 반열에 자신을 올려 놓기도 했으니 세종과 태종쯤에 자신을 견주는 거야 애교로 봐 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있으면 이 순신 장군 흉내도 낼 것이다.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습니다."는 장계를 올리며 전의를 다졌던 장군을 흉내내어
"나에게는 아직 3년6개월이라는 장구한 임기와 견마지로를 마다않는 노사모가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며 역사의 한 자락속으로 묻혀 간 유령들의 무덤을 파헤쳐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수많은 인명을 죽인 태종의 치세처럼 기여코 피를 보고야 말겠다는 결의에 차 있는 듯하다.
굳이 왕조에 비유를 하자면 외척들의 세도정치로 무능한 치세를 기록한 강화도령 철종이 걸맞을 것이다. 강화도령이 아니라 봉하대군이 계시니까 '봉하도령'이 더 어울릴 성 싶다. 386운동권 세력과 정체가 불분명한 각종 시민단체, 장수천 물장수 시절의 동업자를 지지기반으로 국토균형발전 이라는 미명아래 행정수도이전 운운하며 충청도민 의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쉽게 좌우되는 젊은 네티즌의 깊은 헤아림 없는 즉흥적이고 절대적 지지로 대통령이 된 뒤 이들에게 휘둘리며 국정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처지가 자신을 왕으로 추대한 외척의 세도에 눌려 왕 노릇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500년 조선 역사장 가장 무능한 임금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철종의 처지와 거의 흡사한 것이다.
무능한 지도자가 그릇된 신념을 가졌을 때가 가장 무섭다. 역사는 퇴보하고 국가는 불행의 구렁텅이로 추락하고 만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수의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실제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며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과대망상증에 걸려 국정을 농단한다면 우리에게 희망과 미래는 없다. 우리를 둘러 싼 중국과 일본, 열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도이전과 과거사청산에만 매달려 분란만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얼토당토 않게 성군의 치세를 입에 올리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분노를 넘어 연민의 정이 생기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정치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백성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제발 재임중 무슨 기발하고 엉뚱한 치적을 쌓으려는 미망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자성의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분열과 갈등으로 5년을 보낸 뒤 망가진 나라의 실패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역사의 비난을 어찌 감당하려하는가?
아무래도 우리 대통령의 과대망상증은 일종의 고질병이자 불치병인 듯 하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