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산의 선진화를 이루어 내었다. 피동적이었던 피임의 시대를 넘어 능동적 불임의 시대를 자발적으로 완성하였다. 자랑스럽게도 부자나라만 모인 OECD회원국 중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털어 '아이 덜 낳기'대회에서 당당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과 거의 배나 차이가 나는 호기록이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출생 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49만3500명으로 전년도 49만4600명보다 1100명이 감소해 1970년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았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70년 100만명에서 1993년 72만4000명으로 하락한 뒤 2002년 처음으로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도 10.2명으로 전년보다 0.1명이 줄었다. 이는 1970년(31.2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임연령(15∼49세)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19명으로 전년보다 0.02명 증가했다. 가임여성의 숫자가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일본 1.29명, 영국 1.73명, 미국 2.01명(2002년 기준)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2002년 선진국 평균이 1.57이고 세계평균은 2.82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러브호텔이 창궐하여 밤낮을 불문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시도 때도 없이, 호시탐탐 러브에만 매진할 수 있는 훌륭한 환경이 조성되었는데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치는 기현상이 꾸준히 추세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러브호텔에서는 러브만 하고 사랑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랑이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러브는 불임이다. 온 세상에 독버섯처럼 음습한 불륜의 러브도, 성적쾌락을 사고 파는 매춘의 러브도, 용솟음치는 젊음을 주체할 길 없어 막무가내로 발산하는 풋풋한 청춘의 러브도 찰라적이며 이기적인 환락이 사랑의 씨앗조차 지워버리니 모든 러브는 불임인 것이다.
20대 여성이 줄어들고 결혼율도 감소하는 추세다. 모두 쾌락만 쫓는 러브만 하려하고 책임이 뒤따르는 사랑은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막연한 상태에서 살인적인 교육비를 감수하면서 자식을 기르고 가르쳐 세상에 내보내지만 보편적인 삶이나마 보장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보면 '왜 사랑은 안하고 러브만 하려하는가!' 하고 힐난하면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이버의 세계로 함몰하면서 사랑의 기능이 퇴화해 버린 사람들은 러브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러브만 하고 사랑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생식기는 이미 생식기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찰라의 쾌락이 여운으로 울리는 허무를 배설하는 단순한 소변기 혹은 배설기일 뿐이다.
조만간 그 도래가 확실한 고령화사회에서는 심각한 노동력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 어쩌면 이 땅의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점령당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그래도 마음으로부터 자랑으로 내세우는 '배달의 단일민족'이라는 순혈(純血)의 전통은 그 자취조차 찾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세월이 잔인하다고 사랑마저 버려서야 쓰겠는가. 러브에만 몰두하지 말고 가끔은 사랑이라는 것도 해 보자. 기계적인 러브에 식상할 만하면 사람냄새나는 사랑도 때로 찾아 보자. 러브호텔의 물침대에 딩굴며 러브만 하지 말고 때로는 보리밭 이랑사이에 숨죽이며 어깨죽지가 까지더라도 흙냄새 맡아가며 진정한 사랑을 해보자는 말이다. 그리하여 퇴화해 가는 생식의 기능을 되살리면서 우리의 사랑도 회복해 보자.
사랑이 거세된 채 불임의 거친 세월을 습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아! 세상이여!
(200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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