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일 양구에서 열리는 DMZ 마라톤 대회에 참가합니다. 새벽 5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네요.
나희덕 시인의 '한 삽의 흙'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논 흙을 한 삽 떠놓고 논 둑에 앉아 쌉에 의해 떠올려진 흙 속에서 세상을 보는 한가함이랄까 예리함이랄가 뭐 그런 범상치 않는 느낌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네요.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더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멩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마른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정수리를
누가 저렇게 한 샆 깊이 떠놓고 가버렸으면
그러면 처음 죄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엎드려 있을텐데
물기 머금은 말들을 마구 토해낼 수 있을 텐데
가슴에 오글거리던 벌레들 다 놓아줄 텐데
내 속의 사금파리에 내가 찔려 피 흘릴 수 있을텐데
마른 뿌리에 새순을 돋게 할 수는 없어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말을 웅얼거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경작은
깊이 떠놓은 한 삽의 흙속으로 들어가는 것"
항상 즐겁고 건강한 나날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