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 선백은 어려서 출가하여 학문을 성취하였을뿐만 아니라 일찍이 道를 통하였으나, 사람을 피하여 송광사,선암사,칠불사등 명찰에서 지내다가 대원군의 청으로 철원 보개산 초암과 지장암에서 기도 불사를 하기도 하였다.
이분은 가는 곳마다 사부대중이 운집하였으며 당대의 禪風을 진작시킨 근세의 이름난 선객이다.
이 허주선백의 유명한 법문 중에 소위 < 매미 法門 >이라는 것이 있는데,매미를 素材로 한 법문이지만, 참으로 명문이라 소개한다.
1. 無言說法
어느 날 신도 수백명이 화계사에 모여 허주 선백에게 설법을 청했다.
선백이 법상에 올라가 한 시간이나 말없이 앉아 있다가 그냥 내려 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어느 신도가 허주선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허주가 답하기를, "내가 말하려는 자리는 언어도 끊어지고 생각도 끊어진 곳이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한테는 눈꼽만큼도 허물이 없다."고 답했다.
이 허주선사의 < 무언설법 >은 그 가치가 有言說法보다 더욱 높아 졌다. 그 후 신도들이 다시 허주선백에게 청했다.
"무언설법은 못 알아듣는 사람이 많으니 알아듣기 쉬운 말로 설법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허주가 쾌히 승락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많은
신도들이 다시 화계사로 모여 들었다.
2. 매미法門
이윽고 허주 선백이 법상에 올라 갔다. 그러나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었다. 이에 좌중이 술렁이면서 수군거렸다.
" 말로 하신다더니 또 무언설법인가? "
허주 선백은 청중의 수군거림을 못 들은 체하고 태연히 앉아 있다가 청중 가운데 무료와 권태를 이기지 못하여 하품하는 사람이 보이자 문득 입을 열었다.
" 용하다. 용해."
이 말을 해놓고는 또 말없이 앉아 있었다. 뒷말을 기다리다 못해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 스님, 무엇이 용하다는 말입니까? "
" 굼뱅이가 땅 속에 엎드려 있다가 앙금앙금 기어 나왔단 말이야. " 이 말을 끝내고 다시 침묵을 지켰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물었다.
" 그래서 어쩠다는 말씀입니까? "
" 그 굼뱅이가 나무 밑에서 등이 터지더니 매미가 되어서 또 앙금 앙금 나뭇가지로 기어올라 가서 ....."
허주 선백은 여기까지 말하고 또 침묵을 지켰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물었다.
" 그래서 어떻게 했다는 것입니까? "
" 응, 정신을 차려서 `맴맴`하고 울었지. 이것이 용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중생이 번뇌 속에 묻혀 있다가 염불하고 참선하여 부처가 되는 것도 이것과 똑같단 말이야. 참으로 용하고 용하지. "
이 말을 끝낸 허주 선백은 다시 "맴맴!" 하고 매미 우는 소리를
내고 법상에서 내려왔다. 이것이 유명한 허주 선백의 < 매미법문 >이다.
***인간의 윤회와 인연법의 설명이 참으로 좋은 예인 듯합니다. 예전에 사셨던 분들이 매미 유충이 6년간이나 땅속에서 산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을지 참 궁금합니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