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힘써 농사 짓는 것이 절로 풍년 만나는 것만 못하고 착하게 벼슬을 사는 것이 임금에게 잘 보이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참말로 빈말이 아니다. 여자만이 미색과 교태로써 잘 보이는 것이 아니고 벼슬길에도 그런 것이 있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권 125, 영행 열전(佞幸列傳)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영행(佞幸)이란 아첨과 미색으로 임금의 총애를 얻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의 분별없고 오죽잖고 같잖기도 하면서 되다만 한마디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눈치를 살피던 집권 여당 수뇌부 간신배들의 똥줄이 한꺼번에 타올랐다. 일제히 말을 바꾸거나 대통령보다 더 심하고 거칠며 막 되먹은 궤변과 요설과 췌언(贅言)을 늘어놓는다.
드물게 찾아 온 영행의 대열에서 낙오될 까봐 너도 나도 안달인 것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애시 당초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채 오로지 일신의 영달을 위한 권력을 쫓아 철새처럼, 박쥐처럼, 시도 때도 없이 피고 지는 사꾸라(왕사구라, 겹사꾸라, 야사꾸라)처럼 이합집산하며 음모와 배신과 자기기만의 처절한 세월 쌓기에 이골이 난 무리들이니 이런 자들에게 지조와 소신을 요구하는 것은 잔인한 고문과 버금가는 것이라 차마 인간으로 하지 못할 짓 같아 포기한 지 오래이거니와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경망한 처신과 구설로 스스로 제 몸을 망치고 있으니 참으로 가엾고 애처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웃음과 교태로 술 팔고 이놈 저놈, 온갖 잡놈에게 저고리 고름 스스로 풀어 재끼며 신산한 삶을 살아가는 노류장화(路柳墻花)조차도 하루저녁이나마 풋풋하고 진솔한 사랑은 있는 법인데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이끈다는 처음부터 가당치도 않고 주제 넓기 한량없는 길로 들어 선 자들의 처신이 여염(閭閻) 부랑배의 그것보다 더 천박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으니 당대의 험한 시간을 동행하고 있는 이 땅의 주인 중 한 사람으로 세상을 굽어보매 분노와 걱정으로 속에서는 천불이 나고 체념과 절망의 한숨짓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 비록 너희들보다 배운 것 그리 많지 않고 가진 것 바이없는데다 시절을 잘못만나 세상에서 일찍 내침을 당하여 단사표음(簞食瓢飮)으로 적빈(赤貧)의 나날을 보내고 세상으로 돌아갈 희망조차 잃어버린 적유(謫流)의 지천명(知天命)을 낙백(落魄)하여 꾸려가고 있는 한미(寒微)한 존재이긴 하나
그래도 무엇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며 난세를 사는 남자로서, 그리고 선비로서 반드시 해야 할 것과 모름지기 삼가야 할 것을 가리는데 아직 눈과 생각이 어둡지 않고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 낼 이치와 지혜와 덕목은 두루두루 고르게 깨치고 터득하여 갖추고 있음이니 이제 영행으로 한 세상 더듬다가 그 몸을 망친 옛 사람의 일을 일러주고자 하니 너희는 귀를 씻고 가슴을 열어 마음으로 경청함이 마땅하리라.
효문제 때의 총신(寵臣)으로 사인(士人) 등통(鄧通)이 있었고, 환관 조동(趙)과 북궁백자(北宮佰子)가 있었다. 북궁백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장자(長子)로서, 조동은 점성술과 망기술(望氣術)에 뛰어난 자로서 각각 총애를 받아 항상 효문제의 수레에 함께 타게 되었지만 능통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없었다. 그는 노를 가지고 배를 잘 저었기 때문에 황두랑(黃頭郞: 한대에 선박운행을 관장하는 선원)이 되었다. 어느날 효문제는 꿈속에서 하늘에 오르려 했으나 오를 수 없었는데 어떤 황두랑이 뒤에서 밀어주어서 하늘에 오르게 되었다. 문제가 잠을 깬 뒤 황두랑을 불러 성과 이름을 물은 즉 그가 바로 등통이었다. 문제는 크게 기뻐하였고(하늘에 오른 꿈과 등통의 鄧이 서로 통했기 때문이다)날이 갈수록 그를 사랑하였다. 등통 또한 우직하고 성실하고 근신하여 다른 사람과 교제를 싫어해서 휴가를 주어도 궐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이에 문제가 억만전을 등통에게 내렸는데 그것이 10번이 넘었으며 벼슬은 상대부(上大夫)에 이르렀다.
어느날 문제가 관상 잘 보는 사람에게 등통을 보였더니 “가난해서 굶어 죽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문제는 “등통에게는 그를 부유하게 할 수 있는 짐이 있다. 어찌 가남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등통에게 촉군의 엄도에 있는 구리광산을 내려 스스로 돈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하였다. 이 돈을 등씨전(鄧氏錢)이라 하여 천하에 널리 퍼졌으니 등통의 그 부유함이 이와 같았다.
문제가 일찍 종기를 앓았는데 등통은 늘 황제를 위하여 종기의 고름을 빨아냈다. 문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 조용히 등통에게 ’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짐을 사랑하고 있겠느냐?‘하고 물었다. 등통이’의당 태자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침 태자가 들어 와 문병을 하였는데 문제는 태자에게 종기를 빨라고 시켰다. 태자는 할 수 없이 종기를 빨기는 하였으나 난처해하는 빛이었다. 얼마 뒤 태자는 등통이 늘 황제를 위해서 고름을 빨아낸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였으나 이로 인해서 등통을 미워하게 되었다.
문제가 죽고 경제(景帝)가 즉위하자(問題많은 노무현 정권이 죽고 經濟 살리는 새 정권이 들어선 것과 같음, 즉 정권이 바뀌었음을 의미함-필자 주) 등통은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었다. 오래되지 않아 등통이 국경 밖으로 그가 만든 돈을 실어내고 있다고 고발하는 사람이 있었다. 경제가 조사를 시켜보니 그런 일이 상당히 많앗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죄를 물어 등통의 집 재산을 모조리 몰수한 다음에도 거만금의 빚을 지게 만들었다. 결국 등통은 끝내 제 앞으로는 단 한푼의 ’등씨전‘을 가지지 못하고 남의 집에 얹혀 살다가 죽었다.
아아! 이처럼 권력이란 무상한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권력의 말로는 이렇게 비참한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은 혼탁하고 도덕은 땅에 떨어져 뒹굴고 있으며 나라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였다.
집안이 어려우면 어진 며느리가 생각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충신이 생각난다고 하였던가.
어지러운 세상, 우리는 지금 충신이 그립다.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지조와 소신을 지키기 위해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과 맞서서 한 목숨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용기있는 충신이 진정으로 그리운 것이다.
꿈 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으며 그리고 또 그림자 같은 권력의 그늘에 언제까지 안주하려 하는가! 언제까지 썩은 권력의 종기를 빨며 아첨과 교태로 영혼까지 팔아 자신을 망치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며 역사를 더럽힐 것인가!
3년 뒤 악정(惡政)과 실정(失政)으로 망가진 나라, 실패한 권력에 쏟아지는 역사의 질책을 어찌 감당하려 하는가.
만신창이가 된 조국의 폐허에서 초점 잃은 눈동자로 무엇을 응시하려
하는 가!
미망으로 가득 차 더럽혀진 귀로 무슨 소리를 들으려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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