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사에 민감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초연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마라톤으로 만나 그저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
자신의 속내까지 마음껏 이곳에 내 비출 수 있어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이곳을 접속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종교적 논쟁과 정치 얘기는 아무리 설득력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서로 평행선만 그릴 뿐, 상대를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국 근대화를 이뤘다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입에 거품을 물고 현실을 비판하는 부류가 있었습니다.
유신체제가 어떠니,
권력연장을 위해 이후락을 몰래 북한에 보내 국민들에게 통일 환상으로 젖어들게 했다느니…….
전두환 대통령의 엄청난 폭압정치가 있었음에도
정치를 술안주 삼아 대통령의 생김새를 빗대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다음 노태우 정권에도, 김영삼 정권에도, 김대중 정권에도…….
과거에 정치를 논하면서 정권을 비판하면 아주 유식하고 강직한 사상가로 통했습니다.
왜냐하면 서슬 퍼런 중앙정보부에 끌려갈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현실 정치를 비판해도 어떤 누구도 수갑을 가지고 쫓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사회가 열렸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각종 언론이고, 어떤 모임에서도 대통령을 놀리며 비하하는 것을 다반사로 봅니다.
그것은 이 사회의 다양한 정체성이 살아 있다는 증거 입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서로의 마음을 평행선으로 그어져 갈 뿐,
어떤 합치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더구나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치를 화제의 주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시대의 증권가의 논객이신 정병선 선배님!
그리고 마라토너들의 주치의 이동윤 원장님!
이곳이 더 이상 현실정치 이야기로 얼룩져 그 토론장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사랑방처럼 마음 편하게 들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만약 그것을 서로 수긍할 수 없다면 중이 절을 떠나야 겠지요.
송파세상 김현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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