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종 / 정철
혀는 못 먹겠어.
자꾸 거짓말이 늘어.
손도 못 먹겠어.
총 냄새가 역겨워.
머리도 못 먹겠어.
뭐가 들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눈도 코도 귀도 못 먹겠어.
키우고 높이고 뚫고... 제 맛이 아니야.
너희가 이겼어.
(*) 사람도 식인종조차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가 봅니다. 사람은 다람쥐하고 '도토리전쟁'이나 벌이고 있고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에게는 온갖 악취가 풍깁니다.
엊그저께 올린 '정 진규 시인의 지퍙이' 라는 시를 올리면서 수목장에 괸한 글을 올리니 오랜 글 친구 하나가 답글을 보내왔는데 소개하자면
"(樹木葬)이라! -
고것, 상당히 멋진 儀式 같은데,
한편으로, 누구나 樹木葬 할 자격이 있을까 싶네.한 그루 나무에게 마저 '거름'이 되기도 쉽지만은 않을 터. 이 세상의 신산함 때문에 주검마저 독(毒)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두렵네. "
하는 것입니다.
그 답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아찔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부끄러웠습니다. 그 친구의 이쁜 마음씨에 모르면 오히려 좋을 것을 알리느라 공연한 금을 하나 그어 놓은 것 같아서요.
복잡다단하기만 한 세상 , 우리도 세상과 세월에 마음과 영혼을 오염당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나무도 그아래 묻히기를 거부하고 식인종도 한끼, 거룩한 식사거리로 마다하는 영락한 육신으로 바람에 마멸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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