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기생말**"
이것은 또 무슨 야그인가? 무슨 엉뚱한 외설인가? 뭔 뜬금없는 욕설인가? 영국에도 기생이 있었던가 ? 그 기생 이름이 말**인가?
영국에는 콜걸은 있어도 풍류를 아는 기생은 없었는디...
지월거사가 드디어 미쳤는 갑다. 미쳐서 헛소릴 하는갑다. 죽을 때가 됐능갑다.
요로코롬 너무 넘겨 짚지들 마시기 바란다.
지월거사의 학창시절(고등학교 1학년 월요일) 수업 시간표를 외우기 쉽게 줄인 것이다.
자! 이제 1교시부터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무슨 짜릿한 음담패설을 기대했던 분들은 상당한 실망을 한 나머지 기대를 저버린 필자에 대해 분노를 넘어 적개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나 그건 좀 자제하기로 하자.
영- 영어: 1교시 영어 시간은 언제나 부담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숙제가 주로 영어 교과서를 암송하는 것이었는데 Tom 과 Judy가 만나 테니스치고 도서관가고 하는 내용이라 재미가 별로 없었다.
국-국어 : 토생전, 그리고 주옥같은 우리 고전의 시가가 좋았다. 청춘예찬, 산정무한 같은 명문은 거의 외우고 다녔다. 지금도 아슴프레 기억이 난다.
기-기하 : 요것은 쪼까 설명이 필요할듯 한데 요즘 아그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 우리는 수학을 기하(幾何 )와 대수(對數) 로 나누어 배웠다.
생-생물 : 사람도 생물의 일종임을 깨달았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삶은 소중하다는 이치를 알 수 있었다, 초목이건 곤충이건 짐승이건 태생이건 습생이건 난생이건 모든 삶은 동일하게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배웠다.
말-말본 : 요것도 쪼까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그 당시 우리말 쓰기 운동이 전개되었는 바 문법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우리말본" 을 교재로 사용했다. 문법이라는 과목이름도 아예 말본이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말에 대한 교육이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시행되었던 것 같다. 우리말이 그 존립이 우려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비추어 볼 때 격세지감이 가슴을 저민다.
보- 보건 : 요건 많은 설명이 필요할듯하다. 체육시간과 별도로 일주일에 한시간 우리 학교에는 보건시간이 있었다. 보건이 뭐냐? 요즘말로 하면 '건강생활'쯤 될 것이다. 미모의 양호선생이 수업을 맡았는데 내용은 주로 사춘기 학생에게 필요한 성지식, 무좀, 포경 등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당시로는 파격적인 것이라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지- 지리: 지리 선생님은 함자를 " 김자 용자 범자"를 쓰시던 분이었는데 30리가 넘께 떨어진 대구 근교 시골에서 자전거로 통근하시던 분이었다. 수업을 시작하면 늘 우리나라 전도를 간도와 만주벌판 까지 포함하여 울릉도, 독도는 물론, 제주도 마라도 까지 꼼꼼하게 그려놓으시고 진도를 나가곤 하셨다.
1개 특별시 1개 직할시 북한을 포함하여 17개도, 72개 시, 91개 군을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던 김정호 선생이 되어 외우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조국과 국토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시기 위한 것이란 것을 안 것은 내 나이 불혹을 넘어선 뒤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하고도 수년이 더 흐른 젊은 날의 흑백사진 속에 비친 학창의 한 단면을 "영국기생말**"라는 7자, 7시간이 웅변으로 추억하고 있다.
어찌 이 발견의 감격을 그냥 흘려 보낼 수 있으랴? 나는 "서울막걸리" 한병으로 오래 그리고 깊이 취했다. 그리고 그 아득하고 즐거운 시간의 언덕으로 달려가 중년의 하오를 힘들게 더듬느라 지친 몸둥아리를 길게 눞혔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서 햇빛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유영하는 생선비늘처럼 눈을 찔렀다. 스르르 눈이 감기고 곧 달고 깊은 잠에 빠졌다. 꿈에서 만난 "영국기생말**'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활기차고 명랑쾌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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