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같은 명절 때는 더욱 이런 문제에 예민해지기 쉽지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의 영역이나 욕구는 침해당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두 가지 욕구가 바로 체면이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규태씨의 설명에 의하면, `속(裏)`은 본 마음, 사실 또는 사적 자기가 될 수 있으며, `겉(表)`은 밖으로 표현된 마음, 외적명분 또는 공적 자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체면은 상황과 관계에 따라 자기 또는 사실과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자신이나 상대의 지위나 외적 명분을 높여주는 행동의 과정 또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서구의 명예는 자신의 지위와 가문의 표리가 일치하는 방향에서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체면은 표리의 일치보다는 당위와 명분을 중시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체면에는 `치레`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윤태림씨는 체면을 형식주의의 시각에서 속담 속에 나타난 체면사례들을 풀이하고 체면중시의 의식구조에서 수치문화(Shame Culture)가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위신을 지키기 위해 형식적인 면에 치중하여 사실과 달리 겉치레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체면으로 보았습니다. 양반은 얼어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는 식의 행동을 예로 들어 형식적이며 겉치레적인 행동으로 체면을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회의석상에서 여러 사람의 반대를 의식하여 남의 주장을 따라가는 것과 같은 동조행동도 체면치레적 행동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의 욕구는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도 받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당연한 욕구일 것입니다. 그런 욕구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그런 욕구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의사소통을 통하여 상대방의 행동은 제약하려는 태도를 은연중에 버리지 못하고 행사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걱정을 동반한 표정 하에 이루어지는 자잘한 간섭들이 이에 해당되지요. 체면 때문에 그것을 느끼더라도 그저 가벼운 불쾌감을 느끼며, '제발 간섭 좀 하지마!'하는 정도에 머물 뿐이지요.
자신의 의지대로 상황을 이끌어가고 싶은 욕구는 정상적인 것이며, 그런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체면'이라는 어감 때문에 괜히 소극적이 되거나 뒤로 물러나 앉는 식의 과도한 감정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우리 자신이 질문에 답하거나 근거를 대어 자신을 정당화해야 하거나, 해명을 하거나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는 직접적인 대응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친구나 가족같은 대리인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으며, 전화의 자동응답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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