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공부 좀 해 봅시다. 가을은 독서와 사색의 계절이니 ...
타협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쟁론(말다툼)을 그치고 서로 협조함.'이라고 되어있다. 서로 엇갈리는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우며 맞서는 상대방끼리 서로 협의하여 양보(讓步)하고 견해를 조율하여 맞추는 것을 일러 타협(妥協)이라고 한다. 불의(不義)에 타협한다는 말처럼 언뜻 부정적인 의미가 떠오르기는 하나 그 의미는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적절한 타협이 없이 제각기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고 고집(固執)한다면 이세상은 어찌되겠는가?
타(妥)는 손, 또는 손톱을 나타내는 조(爪)와 여자 여(女)가 합성된 회의자이다. 갑골문에 나오는 본 글자를 살펴보면 위쪽에서 아래로 힘을 주는 듯한 손의 형상과 땅에 끓어앉은 듯한 여인의 모습이 합쳐져 있다. 마치 끓어 앉은 여자를 손으로 쥐어박는 듯한 모습이다. 원래의 뜻은 여성을 철저하게 지배하여 안정(安定) 또는 안온(安穩)하다는 의미이다.
갑골문이 극성(極盛)하던 시기였던 상대(商代)는 물론 남성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은 지배(支配)받거나 주재(主宰)당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런 때문인지 유독 여(女)자가 부수로 들어간 글자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가 많다. 예컨대 망령되다는 뜻인 망(妄)이나 시기할 질(嫉), 시샘할 투(妬), 방해할 방(妨) 등은 애꿎게 여(女)자가 부수로 들어가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된 어휘들이다. 그런가하면 여(女)자가 들어가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안(安)은 여자가 집에 있어 편안하다는 뜻이고, 예쁠 연(娟), 아리따울 나(娜), 예쁠 아(娥), 고울 연(姸)처럼 아름답고 곱다는 뜻을 지닌 글자도 적지 않다.
여하튼간 타(妥)는 손으로 여자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는 뜻을 모아 안정의 의미를 지닌 글자였다. 이후 그친다는 뜻이 파생되었는데, 타협(妥協)의 타(妥)는 바로 이런 뜻이다. 따라서 논쟁이나 주의,주장을 그치고 협조한다는 뜻이 되었다. 이외에도 타(妥)에는 온당(穩當)하다, 주도면밀(周到綿密)하다거나 완선(完善)하다는 의미가 생겨났는데, 흔히 쓰이는 타당(妥當)의 妥는 바로 이런 뜻이다.
협(協)은 열 십(十)과 힘 역(力)자가 세 개나 모여있는 형성자이다. 세 개의 역은 소리부이기는 하지만 힘이 많다는 뜻도 지닌다. 그러나 협(協)의 고자는 입 구(口)와 열 십(十)이 합성된 글자이며, 역(力)을 세 개씩 모아놓은 것은 이후의 일이다. 십(十)은 열 개를 뜻하는 숫자이지만 많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협의 본래 뜻은 힘을 모아 많다는 뜻이 아니라 입이 많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힘을 합치기 전에 이야기로 다양한 입장이나 조건을 조율(調律)해야할 것이니 본래의 뜻에 훨씬 합치한다는 느낌이 든다.
(네이버 블로그 '잡동사니' 중에서 발췌)
(*) 협(協)의 옛글자가 힘(力)이 아닌 입(口)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힘을 모으려면 입부터 맞춰야되는 것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힘을 모으기는 커녕 입조차 맞추지못하고 서로 물고 뜯으며 죽기살기로 싸우고만 있으니 조국의 장래가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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