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45분에 잠원동에서 출발한 36km 장거리 달리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9시를 조금 넘은 시간, 반달 참가자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고.....성수대교를 지척에 두고 안정된 자세로 멋지게 달려오는 진사어른을 만났지요.
진사어른의 방향을 180도로 바꾸게 끌어서 반포대교로 향했습니다. 오늘 2시간 장거리할 계획으로 얼굴에 선크림까지 선명하게 바르고 나오신 분을 꼬드겼지요. 갑자기 많이 달리면 부상당한다며.....
저는 힘이 거의 빠져 천천히 가고픈데, 삿갓어른은 잘도 나아갑니다. 저 만치 앞서 가면서 계속 뒤돌아 봅니다. 빨리 따라 오라고.....
반포대교를 건너지 않고 둔치 갈대밭을 돌아서, 내가 좋아하는 갈대밭 사이를 지나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와서 운동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 저를 꼬드깁니다. 요즘 대하철이니까 오이도에 가족들과 가서 대하를 먹고 우광호 선수 병문안도 하고 오자고.....집사람이 오전에 큰 아들에게 뭔가 보낼 것이 있다고 어제 저녁에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 일단 약속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집사람의 승락을 받아 다시 진사에게 연락, 11시 3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지도도 보지않고 말 그대로 '감'만으로 차를 몰아 도중에 묻고 묻기를 수 십번 하여 겨우 소래포구 입구에 도착하였으나, 소래대교 앞에 줄서 있는 차들에 놀라 월곶 어시장으로 목적지를 바꾸었습니다.
가을 기운이 흠뻑 든 들판과 산하를 지나 바닷가도 가을 기분이 흠뻑 넘쳤습니다. 대하나 전어들로.....
두 가족이 열심히 먹고 다시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하여 살아있는 대하를 1kg씩 싸들고 느긋한 기분으로 배두드리며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우 광호 선수 문병을 잘 마쳤지요. 우 선수는 우리가 자기를 먼저 보고 먹으로 간 줄 알고 있겠지요. 조금 죄송.....^!^
모처럼 즐거운 일요일 한 낮을 보냈습니다. 진사어른 덕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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