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글자를 쓰기 좋아해서 남을 쉽게 현혹하려 했다면 이것은 함정을 파놓고 장님을 인도하는 체격이다.
사연은 순탄하지 못하면서 끌어다 쓰기를 일삼는다면 이것은 강제로 남을 내게 따르게 하려는 체격이다.
속된 말을 많이 쓴다면 이것은 시골 첨지가 모여 이야기하는 체격이다.
기피해야 할 말을 함부로 쓰기를 좋아한다면 이것은 존귀를 침범하는 체격이다.
사설이 어수선한대로 두고 다듬지 않았다면 이것은 잡초가 밭에 우거진체격이니, 이런 마땅치 못한 체격을 다 벗어난 뒤에야 정말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다.
남이 내 시의 병을 말해 주는 이가 있으면 기쁜 일이다. 그 말이 옳으면 따를 것이고 옳지 않아도 내 생각대로 하면 그만인데, 하필 듣기 싫어해서 마치 임금이 간함을 거부하여 제 잘못을 모르듯이 하리요.
무릇 시를 지었다면 반복해서 읽어보되, 내가 지은 것으로 보지말고, 다른 사람 또는 평생에 제일 미워하던 사람의 작품처럼 여겨 덜되고 잘못된 것을 찾아 보아서 찾을 수 없을 때 내놓아 발표할 것이다.
- 백운거사 이규보의 동국 이상국집 중에서
(*) 시 백 편을 쓰고 아흔아홉 편을 버릴 줄도 알아야겠다.제대로 된 도자기 단 한 점 건질려고 무수한 사금파리로 태산을 이루는 도공의 심정으로, 그 가마속 불꽃같은 사랑과 집념으로...
무료한 가을이다 나도 신춘문예 준비나 해야 쓰겄다.
삿갓옵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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