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삿 갓
파란 점이 박힌 싸구려 멜라닌 그릇
그 안에 뜨거운 면 발은
노동의 근육을 풀어 땀을 흘리게 한다
천하다 해서 남에게 피해 준 일 없이
못 배웠다 해서 길 묻는 자 외면 한 일 없이
환갑을 바라보는 막 노동꾼 성만이 아저씨
오늘도 점심은 곱빼기 우동이다
이렇듯 힘들게 살아서 뭣하냐고
천연덕스런 거짓말 한 번 못한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젓가락으로 단무지를 쿡쿡 찌르며
지겹도록 눈에 익은 우동을 바라본다
아, 글쎄 자네는 너무 착한 것이 탈이여...!
미장이 채씨는 오늘도 술잔처럼 타박하고
그 중에도 노임 따라 옮겨 다닌 잽싼 놈들은
돈푼께나 모아 선술집을 차리고
과일가게를 차렸다고
누런 이빨 사이로 부화를 뱉는다.
어찌 보면 우직함도 죄가 되는 것일까
모두는 그런 대로 안주하는 사이
나무젓가락보다 더 굵은 면 발을 찾아
오늘도, 휘휘
멜라닌 바닥을 훑는다
토막 난 면 발들이 바삐 몸을 피한다
잽싼 놈들...!
이 구석에서도 살아 남는다고 중얼거린다
2005년도 신춘문예 응모 할 작품입니다.
당선되면 주인공이신 성만이 아저씨와
미장이 채씨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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