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5km 완주 메달과 그때 받은 타이슬링을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나더군요.때는 1999년 3월7일 춥고 바람이 세찬 여의도.
어제 저녁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잔뜩 긴장을 하고....
신발과 달리기 복장을 멋지게 갖추고 물품보관소가 뭔지도 몰라
물품을 풀-코스 달리시는 분께 맡기고,
나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5km 대열에 합류.지금 생각하면 그 분들이
출발하고 가도 충분한데,뭘 모르니.까짓 5km? 기록을 함 내 봐?
마침 옛날 직장 동료를 그 대열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행색을 보니
뭐? 이래? 간밤에 얼마나 퍼 마셨는지 얼굴이 붓고? 아직도 벌것고
두툼한 잠바에 신발을 보니 동네 운동화에...부인이나 아이들을 보니
동네에 놀러 나온 폼?.."야! 그냥 식구들과 놀러 나왔다야~.."
주위를 보니 뭐? 이래? 남녀노소가 달릴려고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구두 신고 온 분,대충 아줌마,아이를 업고 온 분,양 손에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분......이게 뭔? 대횐가?...모두가 완전무장한 복장..
그래도 이 몸은 5개월동안 열심히 갈고 닦아 10km도 자신 있는데..
몸무게도 4kg 줄이고 밥맛도 좋아 점심에는 두 그릇이나 먹고,..
어제 저녁에는 완주 후 동료들에게 줄려고 "감사의 편지"도 작성
했는데.다음은 경주에서 10km에 출전할 몸인데....
땅!.... 앗! 이게 뭐야?
폼잡고 달리려는데,대열이 움직여야죠~.걸어가는 아줌마,아저씨,
아이들과 손잡고 가는 엄마,깔깔대고 웃는 분,추위에 완전무장한
할아버지,왁자지껄 그냥 노는 분위기....아장아장 걸어 가는 아이...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네~~...
완전한 전문선수 폼으로,거의 양반걸음으로 완주했답니다.
문제는 완주 후,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짐을 풀-코스 달리시는 분의 차에
보관했으니 그 분이 올 때까지는 영락없이 갇히는 신세,.....
당연히 수중에는 땡 전 한 푼 없고.....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하면서 한강의 칼바람을 맞으며
오돌오돌 떨며,지나가는 분들은 힐끗힐끗 처다보는데 민망하고,
거의 동사(凍死) 직전까지..따뜻한 곳에 들어 갈 생각도 못했으니..
그렇게 5km를 완주할려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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