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과 후에 외과 개원의 협의회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늦게 친구 장인상 문상을 갔다 왔습니다.
개원의 협의회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운 의료현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실리보다는 원칙적인 기준 위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업무처리가 중요할 것같은데, 의료계 대부분의 내외적인 일들이 의사협회의 조정능력을 벗어났거나 원칙적인 접근은 관심 밖인 듯한 인상이어서 참 답답합니다.
늦게 찾은 친구의 장례식장은 호상이라서 그런지 분위기들이 많이 밝았습니다. 제천에서 올라온 후배 가족과 우리 내외는 새벽 한시까지 노래방에서 놀다가 비오는 새벽에 집에 왔습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정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천에서 저녁에 내외가 서울까지 문상을 온다는 것, 얼마나 멋집니까? 저는 아마도 이러지 못할 것같거던요. 아마도 전화로 때우거나 하겠지요. 참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상가 임원회의가 있었습니다. 상가라는 데가 상인들의 조직체입니다. 상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인만큼 자기손해에도 굉장히 예민하거더요. 그런 사람들 사이의 의견조정은 참으로 힘이 들어 보입니다. 논리적이지 않지만 큰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하는 사람, 목소리는 작지만 논리적으로 하나씩 따지는 사람, 성질먼저 부려놓고 배내미는 사람, 말은 하지 않지만 협조하지 않는 사람,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두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조용조용 이야기하거나 무시하고 넘어 가겠지만, 자신의 이익과 손해가 걸려 있을 때는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큰 틀에서의 생각과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득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지요.
어떤 실험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주류 판매소에서 사전에 주인과 협조가 된 상태에서 손님이 혼자, 혹은 두 사람, 그 이상 있는 각각의 경우에 어떤 사람이 주인에거 특정 맥주를 주문하고 주인이 창고로 그것을 가지러 간 사이에 이 사람이 현장에 있던 다른 맥주를 한 상자 들고 나가 버리는 것이지요.
조금 후에 주인이 돌아와 혹시 아까 주문하던 사람 나가는 것 봤느냐고 가다리던 손님들에게 물었을 때, 사람이 많을수록 강도 사실을 신고하는 확률이 낮아지더라는 것이지요.
자기가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겠거니 하는 마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산속의 도둑은 잡기 쉽지만 자기 마음 속의 도독은 잡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결국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는 것처럼 자신에게 승리하는 사람만이 진실로 힘있고 강한 사람일 것입니다.
바쁘다는 것이 자신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양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쁠수록 규정과 규범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예의가 없으면 그의 자만심 자체가 전체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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