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마을 멀어 외딴 집희미한 외등은 華嚴에 오르려는 듯 經 읽는 소리마저 쇠약하구나 지금 이대로 더는 쇠약하지 마라 이렇게 라도 있어 준다면 바람만큼 연한 풀 자리 위로꼭꼭 찍어 온 나의 발자국 다시 돌아보지 않겠다쑥 색 물든 마루에 폴짝 올랐다우아한 두 갈래의 촉수로아침을 끌고 나간 등 굽은 노파의허기 찔러 보고 게으른 햇살에 등 기대이고 선 잠든 바람의 허망한 다리를 찔러 본다반쯤 기운 토방 사이로 버려진 참외 씨 하나가 몸을 부풀린다부풀어 실가지 땅속으로 뿌리를 박고봄 볕에 양 가슴 죽죽 풀어 헤쳐 한 아름 잔치라도 벌인다면내 촉수하나 뉠 자리 없어 쓸쓸할지라도 서러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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