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창문을 세차게 때려 대는 가을비
또는 겨울 비,
비좁은 문틈사이를 한바탕 후리며
덜컹, 얄밉게 지나가는 가을바람
또는 겨울바람
어젯밤 바보 기상예보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요.
오늘 첫눈이 온다기에 울컥, 한 여인을 생각했고
길은 아무도 걷지 않아 그렇게 둘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몇 개의 잎새를 바라보며
아주 느리지는 않지만 제법 느리게 길을
저는 카프치노를 마실까 했어요.
아마도 그녀는 헤이즐럿 커피를 시켰을 거예요.
창 밖은 어두웠지만 그윽한 카페는
투박한 나무 의자며 탁자들이 빼곡했어요.
그 안의 간이 칸막이 속에서 우리는
굳이 쇼팽의 녹턴이 흘러나오지 않았더라도
바보 첫눈처럼, 구름 밖 세상을 떠다녔을 거예요.
창문을 세차게 때려 대는 가을비
또는 겨울 비,
비좁은 문틈사이를 한바탕 후리며
덜컹, 얄밉게 지나가는 가을바람
또는 겨울바람
일찍 잠이 깼어요.
어찌나 속이 상하던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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