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위치나 주택의 구성, 거리에 따라 여러 가지 묘한 냄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다닌다. 길가 노점이나 식당에서는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그 인근에 독특한 후각적 기호들이 뿜어져 나온다.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생선 굽는 냄새나 꼬치구이의 들큰한 냄새, 밀가루 반죽 냄새, 빵 냄새, 불 위에서 끓고 있는 요리들이 열려진 창문으로 초대장을 뿌리며 행인들의 후각과 냄새 등 음식의 몽상 속으로 인도한다.
그런 냄새를 맡고 있으면 우리 인간들에게는 신들처럼 냄새로 영양분을 섭취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아쉬워질 때도 있다. 특히 주머니 속이 가벼울 때 더욱 그런 감상에 젖을 가능성이 많다. 만약 우리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부여되었더라면 얼마나 풍요로울까.
냄새로 영양분을 섭취할 능력이 있다면 식당가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풍요를 제공했을 터이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 관계 없이 누구나 그 냄새의 향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도시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자들이 풍기는 향수, 비누, 로션 냄새가 우리의 감각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절대적 후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는 행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밀한 냄새로 그의 영혼의 감각적 몫을 읽고, 본질을 포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인간에게는 그 같은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다. 철따라 달라지는 풀과 나무, 꽃과 잎, 과일들의 냄새,비 온 뒤의 흙 냄새, 고여 있는 하수도 냄새, 주위 공장에서 풍기는 좋지 않은 냄새들도 있다.
가죽공장이나 화학제품을 다루는 공장에서 나는 코를 찌르는 악취, 혹은 자동차나 오토바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다 평범한 매연 냄새도 도시의 후각 풍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기 속을 흐르는 바람에 실린 채 창공과 대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 냄새다.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이 그러하듯 도시의 냄새도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미 그의 내면에 현존하지만 아직 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목표를 향하여 그를 이끌어 가는 광대한 생명의 숨결이다.
나아가는 길목마다 맞아주는 곳이 있다 할지라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긴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하루하루는 작은 기적의 나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삶의 영광을 위해 걸어가면서 철저한 사회적 보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길이 험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지만 그 고난의 도정을 이야기할 때 자기 자신보다 도시의 냄새와 풍경을 앞세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