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직에 있을 때 같이 근무하던 저보다 조금 나이가 적은 독신 처녀가 었었는데요. 어른께서 사가에 오신 뒤에도 옆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우울증 때문에 그만 두고 한 2년인가 소식이 끊겼습니다.
오늘 오후 전화가 왔는데, 어찌나 목소리가 밝던지 저는 잠깐동안 결혼을 했나보다하고 혼자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요즘 호스피스 자격증을 따서 수원 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로 봉사활동을 하고, 또 컴퓨터 자격증을 따서 구민회관에서 달동네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지낸다고 하더군요.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에 생활이 너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졌으며 세상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이더랍니다.
이전까지는 딱딱한 경쟁사회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까 어느 정도 직급에 도달하여 조금은 만족스럽게 자신을 되돌아 보니까 갑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더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생긴 우울증 때문에 세상이 완전히 재미가 없어서 몇 년간 무지 고생을 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일수록 중년의 나이가 되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평소 삶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느꼈을 때, 자신의 일 외에 알거나 하고 있는 것이 없다면, '왜 사나?'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가?' 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사람이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오던 삶의 목표라는 동기부여의 수단이 사라지면서 활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곳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를 위하여 자신의 본업 외에 비경쟁적인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하여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나 관심사를 평소에 준비하여 두어야 건강한 장년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제까지는 경쟁에서 이기고 나만을 위해 살아왔더라도, 내일부터는 경쟁과 무관한 다른 것들을 위한 관심사도 하나쯤 만들어 배우거나 투자를 해야 활동적인고 행복한 은퇴 후 생활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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