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이 동지 죽 먹는 날이라는데
제기랄, 죽 먹자는 동지 하나 없다.
세상인심 이렇게 험악해서야 쓰겠는가.
옛날 같으면 한 솥 단지 크게 쒀서는
너 한입 나 두입
너 한 그릇 나 다섯 그릇
이렇게나 눈물 나도록 사이좋게 나눠 먹었는데
요즘, 참 사나운 인심들 요즘
막 골목을 비켜나온 바람만큼이나
매섭다.
이봐요.
대한민국 가운데구 나으리님.
나 죽 좀 사주시오.
괜한 비싼 밥 맨날 먹자 하지 말고
안 비싼 별로 안 비싼
녹용 꼭대기 쪼금 썰어 넣고
곰 발바닥 가운데 조금 도려 넣고
섬나라 어디
아슬아슬히 매어 달린 제비집 조금 넣고
심해 상어 배꼽 쫌 뜯어 넣고
물개 거시기 가운데 토막 많이 넣고
석 달 열흘 푹 끓인 죽 좀 사주소.
2.
그런데 우리 내기 어떻게 된 거요?
안하는 거요 하는 거요?
난 아직 시동을 안 걸고 있는데
나으리님은 치사하게 일욜 아침마다
반달에서 “삿갓 너 이놈 죽어봐라” 함서
뭣 빠지게 뛰시는데 그래도 되는 거요?
우리 정정당당히 합시다.
나는 아직 일주일에 20km도 못 뛰요.
그러니 나으리님도 사정없이 푹 쉬었다 내년 초부터
시작합시다.
그건 그렇고
땅꼬박사, 살인 보조개, 검은 드레스,
요즘 근황이 매~에우 궁금한데
언제 보거들랑 안부나 전해 주시오.
보고 싶어 도라버리겠다고
3.
울 엄마가 말씀하시기를 여잘 보기를 돌땡이 보듯 하라 했는데
어째서 나는 여자가 금땡이로 만 보이는걸까.
그것도 다이야몬드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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