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으로 어려운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주어진 삶의 기간이야 일정하게 정해지지 않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값이 높은 삶이라고 말해질 지는 정의(定義)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진지하고 엄숙하게 어떻게 살아가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고 의미 깊은 인생인가를 사색했던 분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골똘히 사색할 시간적 여유를 지난 탓인지, 18년의 길고 긴 유배기간동안 많은 저술에도 시간을 할애했지만 깊은 사색에도 오랜 시간 침잠하기도 했습니다.
“온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두 가지의 큰 기준(저울)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是非)의 기준이요, 둘째는 이롭고 해로움(利害)의 기준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단계의 큰 등급이 나온다. 옳음을 고수하고도 이익을 얻는 삶이 가장 높은 단계의 삶이며(太上), 옳음을 고수하고도 해를 입는 삶이 두 번째 단계의 삶이다. 세 번째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이익을 얻는 삶이요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손해를 당하는 삶이다.”라고 사려 깊은 결론을 큰 아들에게 답하는 편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이상(理想)은 아마 모두가 옳은 일을 하고 이익을 얻는 삶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의 결과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일반적으로는 옳게 살아가지만 언제나 손해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더러는 그르게 살아가지만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르게 살아가기 때문에 손해를 당하는 일이야 하늘의 뜻이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세상 일의 상당 부분이 옳지 못하게 살면서도 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으니 그 점이 바로 세상이 바르게 가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다산은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옳고 바르게 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아들에게 선언했습니다. 조금만 아부하고 애걸하면 귀양살이가 풀릴 수 있다는데도 결코 아부나 애걸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삶, 비록 옳게 살면서 이익이야 얻지 못했지만 바르고 정당하게 살았던 다산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 귀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박석무(다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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