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찬란했던 갑신년의 햇살도 서서히 아쉬움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간입니다.
--근데요. 누구 약 올리는 거예요?
뭐가 찬란하다는 거예요?
삼시 세끼를 피죽으로 연명하고 있는 판에 지금
찬란히요? 채 씨하고 덩달아 날 엿매기는 거예요?
그리구요. 아쉬운 건 손 시러 죽겠는데도
목장갑 하나 살 돈 없는, 그 팍팍한 삶이 서글픈 아쉬움이지
히터가 빵빵한 병원에서 빙글뱅글 의자 돌림서
등 따시게 앉아 종이에 뭐라 몇 자 적고는
돈내!
못내!
안내?
못내!
짜식이!
...........??!!
제발,
함부로 아쉬움을 논하지 마세요.
2.
금년 한해 많이 부족한 저에게 보내주신 크나큰 관심과 사랑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언제 머리 숙였어요?
빳빳한 그 머리 언제 숙였어요?
쇠사슬로 끌어도 기중기로 덥석 물어 땡겨도
김일성 동상보다 더 빳빳한 그 머리
언제 숙였어요?
혹, 혜짜 숙짜 님께 머리 숙인 걸 가지고
지금 그러시는 거예요?
미치겠다.
3.
며칠 남지 않은 금년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고, 새해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보람과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부처님 전에 기원하겠습니다.
--아니, 이 세상에 부처님만 계시나요?
예수님, 공자님, 마호멧님, 산신령님, 삼신 할매님, 용왕님, 서낭당님, 용봉탕님, 등등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부처님만 편애하시는 거예요?
전요. 이 세상에서 젤로 싫은 분이 부처님이에요.
그러니까 담부턴 딴 분도 좀 사랑하세요.
특히 용봉탕님을 많이 찾아 주세요.
용봉탕은 양평 다리 건너 그 집이 아주 잘해요.
4.
감사합니다.
이동윤 드림
--그래요.
감사하시다니 뭘 주실 모양지이요?
주세요.
준다하고 안 주면 동구멍에서 털 난다는 것 잘 아시죠?
전 의학적 상식은 없지만 그건 잘 알아요.
그러니 주세요. 뭔가 주세요. 꼭 주세요.
(가능하면 머니로.)
괜히 준다 했다 안줘가지고
앞에, 아주 착하게, 굳이 퇴비를 안 줘도
저절로 쑥쑥 잘 자라고 있는
그래서 숲, 울창 이루고 있는
걔네들 몽땅 뒤쪽으로 애써 옮기지 마시구요
순순히 주세요.
생각해 보세요.
민둥산!
우~와 아찔한 그 민둥산.
누가 좋아 하겠어요?
아주 보기 싫어요.
2차비로 듬뿍 5십만원 줘도 안가요.
행여 몰루고 갔다가 "엄마야!" 하고는
속치마 겉치마 란제리 (스타킹은 버리고..)
막 들고는 튀어 나가요.
보세요. 남들 다 있는 그것들이 없는 황당한 그 민둥산을
골 안비고서야 누가 오르려 하겠어요?
(근데 깊은 산속 옹달샘쪽, 그 민둥산을 눈 딱 감고 오르는 사람 보기는 봤어요. 지난번에요. 아주 많이 급했던가 봐요. 이름은 잘 몰라요. ‘성만’ 알아요. 먼 ‘채’씨.)
매일 매일 빗으로 잘 빗어 길이 보존해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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