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릴 적에는 주로 두 발로 걸어서 다니는 것이 주요 이동수단이었다. 어디 갈 때는 항상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앞장을 서고, 나는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이동 모습이다. 그 때는 어디를 가나 어른들은 참 길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겨울의 길과 여름의 길은 달랐다. 여름에 가뿐하게 오르내렸던 낮은 언덕길도 겨울에는 미끄럽고 위험한 얼음이나 눈길로 변했지만, 겨울에는 여름처럼 뱀이나 벌을 건드릴까 걱정하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봄과 가을 소풍 때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것도 특별하고 좋았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자라고 스스로의 책임 아래 세상을 살아갈수록 후자가 더욱더 중요해진다. 특히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어느 조직이든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도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격 요건은 경험이다. 집단을 이끌어 본 경험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질문과 문제의 해답에 깊이와 힘을 더하게 된다.
집단 전체 생활의 번영과 안녕의 위험에 대처하고 누그러뜨리며 일상의 요구에 응하는 책임을 가진 지도자는 인품과 능력뿐 아니라 경험의 정도에 따라 상식과 실용성의 정도가 달라진다. 살아 있는 동안은 무엇이든 경험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
역경을 많이 겪을수록 기질이 강해지고 인내심이 길러지며, 매우 힘든 상황에서 끈기 있게 침착함과 올바른 판단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평소의 일상적 상황에서는 더 큰 미덕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지도자로 선택받은 사람은 그 책임을 맡기를 주저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다. 나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흥미롭게도 그런 책임을 맡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이 최고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지도자의 직책을 받아들이면,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올바른 결정을 하며 행동에 책임을 지면 사람들은 그를 따르기 마련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지도자의 영광과 명성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는 조직구성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어떤 사회든 뛰어난 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은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흥미로우면서도 가슴도 아프지만 리더십은 권위와 동일시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지도자의 미덕과 경험보다 소속된 조직의 힘이 더 중요시된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임무를 수행한다. 지도자가 "나를 따르라"며 직접 길을 안내하는지, "나를 따르지 말고 내 말을 따르라."며 길을 가르키는지 보면 지도자의 리더십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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