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운 대만에서는 집안에 도마뱀이 비퀴벌레 만큼이나 흔하다고 합니다.
도마뱀은 주로 파리나 모기같은 해충을 잡아먹으며 사는데 사람은 절대 해치지 않는답니다. 말하자면 도마뱀은 인간과 공생하고 있는 셈인데 대만의 여염(閭閻: 보통의 가정집)에서 도마뱀이 벽을 타고 기어다니는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러한 일상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질겁을 하겠지만...
몇년전에 대만의 한 일간신문에 도마뱀 부부(?)의 사랑에 대한 기사가 실려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대만의 어느 집에서 벽을 기어 다니던 암토마뱀 한마리가 벽 모서리에 박혀 있는 두개의 못틈에 머리가 끼여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벽의 후미진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사람들도 눈 여겨 보지 않았지요. 암토마뱀은 꼼짝없이 굶어주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로 부터 3년동안 숫도마뱀은 하루도 빠짐없이 먹이를 물어 날라 자기의 짝을 봉양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이를 발견하고는 놀랐습니다. 그리고 도마뱀같은 미물이 보여 준 지극한 사랑에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고는 모두 숙연해졌다고 합니다.
차제에 도마뱀에 얽힌 일화 한토막 덧붙입니다.
도마뱀은 한자로 석척(蜥蜴)이라 하는데 이 글자는 우리 조상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 썼던 고유문(告諭文)에 등장합니다. 도마뱀은 비를 부르는 동물로 전해 내려 왔지요.
옛날에 마을에 가뭄이 들면 마을의 양반들은 냇가에 나가 다음과 같은 글을 짓고 냇물에 들어가 읽었다고 합니다.
" 蜥蜴, 蜥蜴, 興雲造雨(석척, 석척, 흥운조우: 도마뱀아, 도마뱀아, 구름을 일으켜 비를 만들어다오!)
그런데 양반체면에 바지가랭이를 걷고 냇물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 글만 짓고 하인을 시켜 물속에 들어가 그것을 읽게 하였답니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 하인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들은 풍월로 "철석, 철석, 흐물흐물" 하였다고 합니다.
도마뱀이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비는 내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모든 제의(祭儀)는 지극한 정성입니다.
(*) 원장님을 비롯하여 이곳을 즐겨 찾으시는 여러분 過歲는 편안히 잘 하셨는지요. 저는 요즘 文字學 공부에 흠씬 빠져 있습니다. 漢字가 중국의 漢族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조상인 東夷族이 고안한 문자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사실은 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것들이나 새로 깨우친 것들을 가끔 글로 옮겨 볼까 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승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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