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라서 결혼을 하고 사회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는 선택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우리들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아니라, '좋은 것' 더 좋은 것' 가장 좋은 것'의 구분을 하여야 한다.
우리 때는 '밥 먹을래?', '놀러갈래?', '영화볼래?'라고 질문을 받고 대답도 "예", "아니오"로 대답을 하면 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밥 먹을래, 죽 먹을래?', '등산갈래. 수영갈래?', '영화볼래, 연극볼래?'처럼 예나 아니오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선택은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항상 겪어야 한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결정에 수반되는 기회비용을 덜 고통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옵션을 갖는 대가로 추가 요금을 낼 의사를 갖고 있다. 즉 '반품 또는 환불 불가'의 세일 상품보다는 교환이 가능한 정상가격의 상품이나 비싼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결혼서약을 성스럽고 반드시 지켜져야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결정에 만족하기 위해서 모종의 심리적 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 결과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결혼을 상호 합의하에 되돌리거나 뒤집을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결혼 서약에 대해 다소 느슨한 태도를 갖게 되고, 그 결과 결혼에 대한 만족감이 오래 유지되지 않거나 감소하게 되고, 이런 결혼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결혼에 대해 그나마 탄력적인 태도를 가졌던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애초의 탄력적인 태도 자체가 결혼 실패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찾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이란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좋은 기준'은 '가장 좋은 기준'에 비해 고려해야할 대안들이 적고, 그만큼 희생해야할 기회비용도 적어서 자신의 선택을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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