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결혼하여 생애 최초로 둘이서 살아갈 살림집을 구할 때, 가장 고려사항이 위치, 면적, 상태, 안전, 임대료 등의 순이었던 것같다. 그러다 살아오면서 사는 집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쇼핑이나 대중교통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면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현재 하고자 원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외적인 정보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을 이해햐야 한다. 즉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느낌을 가져다 줄 것인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그런 행위의 순간에 느낀 '경험'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느낌을 '기대'하며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험 이후에는 그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의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이런 세 가지 가치가 서로 작용하면서, 기대와 경험이 상응하고, 경험이 기억에 충실히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실 살아가면서 이렇게 세 가지 가치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상황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의 과거의 바람직한 경험에 대한 기억은 주로 그 경험의 최고 정점에 있었을 때의 느낌과 그 경험이 끝났을 때의 받은 느낌에 의해 그 경험의 정도가 요약되고, 다시 그런 경험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미있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보낸 3주간의 휴가보다 똑같은 재미있는 순간들이 있었더라도 더 멋지게 끝난 일주일간의 휴가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보낸 휴가는 2주만 지나도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경험 후의 기분이 어떨지에 대한 우리의 예측이나 그런 경험 중에 느꼈던 기분에 대한 기억은 실제 경험하는 동안에 느끼는 기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이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의 예측을 선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는 정확한 목표설정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 내리는 미래에 대한 선택들이 실망스러울 때가 있을 수 있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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