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자학을 공부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글자의 뜻과 유래 그리고 그 글자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식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루한 내용이지만 올바른 語文生活에 조그만 도움이 된다면 기뻐겠습니다.
1) 老의 자원을 살펴보면 毛+人+化(사람인 변은 뺀다)로 회의(會意)된 것이다. 化는 人을 뒤집은 것으로 늙어서 허리가 굽고 머리도 세어 모양이 변함을 뜻한다. 人毛는 곧 수염과 머리카락을 말한다. 70세 이상 먹은 사람을 뜻한다. 孝(부모 잘모실 효: 노인을 아들이 받들고 있는 형상이니 참 뵙기가 민망한 글자다. 이 글자만 보면 나는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부수는 아들子이다). 考(오래살 고)등의 글자 윗부분은 모두 老의 생략이다.
士(늙을 노)도 老의 생략이니 壽(목숨수, 혹은 오랠 수)의 윗부분(우리가 흔히 선비 사로 외우던 부분)에 이렇게 쓴다.
2) 字解를 살펴보자
가장 흔히 쓰이는 뜻이 '늙은이(70세이상, 혹은 50세, 60세 이상)'이다. 孟子에 '老吾老 以及人之老라는 구절이 있다
'늙다' 즉, '나이를 많이 먹다, 오래살다'의 뜻이니 詩經에 '군자해로(君子偕老)'가 보인다.
비슷한 뜻으로 '늙어 빠지다, 늙어서 약해지다'로 사용되니 春秋左氏傳에 '老師費財'가 있다.
늙었으니 '쉬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筍子에 '治之道美不老'가 나온다.
'衰하다, 弱해지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春秋左氏傳에 '師直爲壯 曲爲老'이 그렇다.
'치사(致仕)하다', 즉 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다. 혹은 그렇게 하는 사람(하긴 늙어서까지 致仕하지않고 벼슬에 연연하는 것은 정말 恥事이자 痴事일 것이다.)의 뜻이다. 史記에 '歸老於家'가 보인다.
'품위가 있다' 즉 노숙(老熟)하다(젊은 시절에 멋도 모르고 노숙하려고, 혹은 노숙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적이 누구나 있다.) 의 뜻인데 徐積, 崔秀才唱和詩에 '子美骨格老'가 보인다.
'익숙하다, 노련하다'라는 뜻도 있다. 늙으면 매사에 익숙하고 노련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죽음이 어릴 때처럼 그렇게 무섭거나 낯선 것이 아니라 일상처럼 익숙해져 무덤덤해지는 것처럼 ...杜甫 奉漢中王手札詩에 '枚乘文章老'가 있다.
'늙은이로 높이다. 혹은 받들다'의 뜻이다. 大學에 '上老老而民興孝'가 그렇다.
'신(臣)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천자의 上公(禮記, 屬於天子之老二人), 천자의 大夫의 총칭(春秋左氏傳, 天子之老), 제후의 上卿(禮記, 國君不名卿老世婦),대부의 家臣(儀禮, 老牽牛以致之) 군(무리군, 임금 君 아래 양羊)吏의 尊長(儀禮, 授老鷹)등으로 쓰인다.
'어른을 높이어 이르는 말'이니 周禮의 卿老 가 이의 용례이다.
'부모'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역시 周禮의 '以其財養死政之老'가 있다.
'先人'의 뜻이다. 顔氏家訓에 '先人爲老'가 나온다.
'年功을 쌓다'는 뜻으로 晉書에 '物老爲妖 人老成精'가 보인다.
'근본이 되고 뜻이 깊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史記, '吾適豊沛 問其遺老'
'老子의 약칭'이기도 하다. 韓愈, 進學解, 攘斥佛老
사람이름에 붙이는 助字역할을 하기도 한다. 朱熹, 跋米元章帖, 米老書如天馬脫銜(재갈 함)
그럼 用例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노기복력지재천리(老驥伏櫪志在天里)라는 말이 있다.
늙은 준마가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마구간에 누워있으나 아직 천리를 달릴 뜻을 버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英桀은 늙어서도 여전히 큰 뜻을 품고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말은 늙어서는 더욱 더 의기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흔히 老益壯으로 쓴다.
(노마 염태호)老馬 厭太乎란 ' 늙은 말이 콩 싫어하랴'는 뜻의 속담이다. 본능적인 욕망은 늙었다고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비유한 말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는 齊의 管仲이 산중에서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주어 그 뒤를 따라가 마침내 길을 찾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서 '경험을 쌓아 練達된 지혜'를 의미한다.
老君은 노인에 대한 존칭이자 老子를 높혀 부르는 말이다. 노자의 별칭인 태상노군(太上老君)에서 온 듯하다.
老衲은 늙은 중이라는 말로 老僧과 같다. 노승이 스스로를 일컬을 때 쓴다.
노노(老駑)는 늙고 둔한 말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늙어서 쓸모없게 됨을 이름이다. 요즘에는 나이 사십만 넘으면 老駑취급을 당한다.
老杜는 盛唐의 시인 杜甫를 이름이다. 晩唐의 시인 杜牧을 少杜라고 일컫는데 대한 別稱이다.
老蚌(방)生珠는 늙은 방합(민물조개의 일종, 씹조개라고도 한다)이 구슬(진주)을 낳는다는 뜻으로 남이 총명한 아들을 두었음을 축하하는 말이다. 혹은 父子가 모두 令名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晩年에 아들을 낳는다는 뜻도 있는데 한때 늦둥이를 갖는 일이 유행한 적이 있었으니 이땅의 많은 늙은 방합들이 구슬을 생산하며 환호작약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기도 했다. 나도 뒤늦은 늦둥이나 생산해볼까? 그러나 生朱할 힘과 여유나마 이 老蚌에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노생상담(老生常談)은 말그대로 노인이 항상 하는 이야기란 듯으로 늙은이의 평범한 의론이나 시세에 어두운 케케묵은 이론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요즘 老生常談했다가는 노인취급은 커녕 사람취급도 못받을 수 있으니 自彊不息하여 늘 새로운 지식을 쌓아나가야 할 것이다.
노병유고주(老病有孤舟)는 늘고 병든 몸을 의탁할 곳은 오직 한척의 외로운 작은 배란 뜻으로 '노후의 고독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인데 늙으면 더욱 외롭다. 뉘라서 한척의 외로운 작은 배나마 되어 늙고 병든 몸을 받아주리오!
老牛지(舌+氐:홭을 지)犢(송아지독) 은 늙은 소가 송아지를 핥는다는 뜻으로 '자식을 사랑함'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老婆心이란 남의일을 지나치게 걱정한다는 뜻으로 필요이상의 친절한 마음을 나타낸다. 의견, 충고따위를 말할 때 겸손하여 이르는 말로 주로 쓰인다. 그러나 노파심자체가 지나친 것인만큼 지나친 노파심은 종종 오해를 낳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오지랖 넓다는 소리듣기 십상이다.
그럽고 보니 늙음에는 참으로 뜻도 많구나. 살아 온 세월속에 늘부대끼던 세상과 만나고 헤어지며 때로 다투고 때로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담겨잇으니 어찌 그 뜻이 단출, 간략할 수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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