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죽은 줄 알고 버려둔 나무에서 새순이 돋고
목련은 또 뭐가 그리 급한지 잎보다 먼저 나와서는
꽃샘추위에 바들거리고
우리 집 보름이도 덩달아 새싹들 톡톡 밟아대며
파르란 잔디를 뛰노니 말예요.
진달래가 막 피려고 하네요.
저 작은 것들이 햇빛 모으고 이슬 모으고
그러다 활짝 피어나겠지요.
그때쯤 저도 아파 가벼워진 마음위로
웃음이 나올 것 같아요.
2.
얼마 전 산을 올랐어요.
무척 높은 산이었어요.
예전처럼 여럿이가 아닌, 혼자 올랐어요.
애써, 탐욕을 버리고자
부질없는 욕심들 버릴 만큼 버려야 하겠기에
그래야 이 세상 가벼이 살다 가겠기에
그 숫법을 깨우치고자 게으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는데 아직도 멀었는지
자꾸 순두부하구 막걸리만 보였어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중턱도 못가서 쏜살같이 내려와서는
순두부 두 접시, 막걸리 세병을 채워왔지요.
3.
또 한번 명복을 빕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진달래 듬뿍
피는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에서 못 다한 노래 있거들랑
구곡산천 노니시며 원 없이 부르시길 빕니다.
우리도 머잖아 죽는다.
그러니 욕심들 버리고 가볍게 살다 죽자.
뭐 그리 5만년을 살거리고...
다 버리자.
다 버리고 달랑
빤스 하나하고 운동화만 챙기자.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