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김재남
밥상머리에 앉아 빈다.
머리를 조아리며 빈다.
태초의 원죄라도 사 하려는 듯
검은콩처럼 바짝 엎드려 빈다.
노구(老軀)는 귀찮은 듯 느리게 손을 젓는다.
한두 번도 아닌, 끼니때마다
빈손으로 와서는
염치 불구하고 먼저 한 술 뜨겠다고
한 세상 같이 좀 살자는데 뭐 잘못이냐고
야박한 뒤끝의 노후는 더 쓸쓸할 거라
충고라도 하듯,
손바닥에 못이 박히도록 싹싹 빈다.
어제는 맨 손으로 게장국물을 찍어 먹다 그만
한 놈이 빠져 죽었다.
노구는 느리게 건져 햇볕에 말리고
날개를 접고
평생을 빌고 빌어 못이 박힌 두 손을
가슴쪽으로 모아 삼베로 싸서는
햇볕 오래 머무는 곳에 묻어 주었다.
조등도 조문객도 하나 없는
작은 장례식,
누구하나 기척하지 않는
너와 집 귀퉁이에 세 들어 홀연히 함께 사는
저, 검은 사신들
내일은 파리채를 치우고
숟가락 하나를 더 놓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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