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뛰는 마라톤
도심 어느 위치에 있는 운동장일까
왁자한 소음사이를 더듬거리며 나는
운동화 끈을 조인다
팔과 팔을 끈으로 묶인 도우미의 눈이
내 귀에 푸르게 빛난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허공을 맴돌다
떨어지는 순간, 뚫린 길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귀먹은 바람이 등을 떠밀면
와락! 벽에 부딪는 몰골 순연한 암흑이
악수를 청하는,
여기는 지금 어디쯤인가
세살, 동공은 서둘러 길을 잃고
앞강은 제 몸 아직 서툴게 걷는데
굽어지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허튼 몸짓으로 간신히 귀 기우리며
연한 빛 따라 아장거리던
그 옛날 반딧불이의 희망은 지금
어디쯤 뛰고 있는가
도심을 벗어난 듯
저려오는 손끝에 여린 풀싹이 앉는다
코뚜레 넘어 온 황소의 입김이
코끝을 지난다
길바닥에 달라붙은 먼저 간 발자국들이
오월의 들꽃들로 가뿐하다
누가 밀고 왔을까
점자 밖 세상의 푸른 냄새를
저, 수런거린 잠결들을
고단한 내 침묵의 바쁜 발걸음을
침묵은 서서히 굴절된 빛들로 엉킨다
발에 차이는 암흑이 돌처럼 단단해져 오고
앞으로 달려 나가던 어둠이
거칠게 뒷걸음질 친다
42,195km 꿈은 여기서 접어야 하는 것인가
마른 물고기의 등뼈가 각질의 근육을
씹는 순간, 심장의 파열음은
날카롭게 요동을 친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이어진 길들이
물풀처럼 휘청거린다
안간힘을 써 보지만
귀 속으로 너무 많은 길들이 들어와 버렸다
들어 온 길들이 오월의 잡풀사이에서
고스란히 숨을 죽인다
아쉬운 경배의 잔을 든다
조였던 운동화 끈을 풀자
부르튼 맨발이 검은 햇살에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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