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다닐 때, 한 사람하고만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여러 명과 한번에 돌아가면서 데이트를 즐기는 친구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나는 한 가지 일에 푹 빠져 버리는 성격이라서 그런 복잡한 데이트는 불가능하였다.
그리스어에 생명을 뜻하는 조에(zoe)와 비오스(bios)라는 단어가 있다. 둘 다 생명을 뜻하지만, 조에는 '구체화되지 않은 일반적인 생명'을 뜻하고 비오스는 '구체화된 특정한 생명이나 생명력'을 나타낸다. 조에는 동물학(zoology)의 어원이며, 비오스는 전기(biography)의 어원이다.
조에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지구위의 생명력을 느낄 수는 있지만, 지구상에 살고 있는 각 생명체는 느낄 수 없다. 고성능 인공위성 위에서 지구의 한 지점에 촛점을 맞추면 각 생명체를 세세히 관찰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이 비오스다.
비오스는 시작, 중간, 종말의 각각의 삶의 사연과 죽음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세속적인 느낌이 있지만, 조에는 파멸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생명력의 끝없는 영생이나 성스럽고 신성함을 의미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말이 필요없는 사랑이나 믿음은 조에적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오랫동안의 울림을 주는데, 최근의 영화 '말아톤'이 예가 되겠다.
스승과 제자간의 교육적 관계는 비오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상세한 부분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각자의 정체성에 이런 조에적인 점과 비오스적인 점을 다 갖고 있지만, 공평하게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살아가느 일상의 것들에서 느끼는 충동이나 성향, 습관 같은 것에서 어느 성향이 더 많은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만큼 우리 인생을 더 크게 집중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나날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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