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달린다.
음악가가 마음에 드는 선율을 찾기 위해 몇 시간 동안이나 즉흥적인 연주를 하는 것처럼.....
살아오면서 머리를 굴리는 것만으로는, 머리 속에서 뭔가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순서를 정하고 수정하고 편집할 수는 있지만, 삶의 핵심에 도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움직임이므로 뭔가 적극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하고, 그런 움직임을 대표하는 것이 달리기 동작이다. 어렵지 않고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종이에 스케치를 하거나 캔버스 위에 붓을 움직여야 작품이 나오듯이, 또는 명상 속에서 화두를 다그칠 때라야 깨달음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선 수행자처럼, 뭔가 움직여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수시로 한강 둔치 자전거 길을 달린다.
내 인생에서 어떤 책임이나 결과도 두려워하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들이다. 자세나 동작이 뛰어나지 않아도,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항상 재미를 느껴야 할 필요도 없다.
오직 나 혼자일 뿐, 나는 그냥 달리고 있을 뿐.
아무도 나를 보거나 평가하지 않으며, 달리는 동안 달리는 스스로에게만 몰입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충동과 행동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상태, 나는 그냥 달리고, 그 결과들은 다음에 쉴 때, 쉬면서 한가로이 생각하면 된다.
일주일에 3-4일, 한번에 1시간 정도의 이런 특혜를 누린다면, 이건 대단한 선물아닌가 말이다.
나는 이런 기억이나 경험, 그리고 활동들을 통해서 생각난 어떤 아이디어를, 그런 생각들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도록 잘 새겨두었다가 그것을 가공하고 다듬어서 나의 삶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한주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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