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딸이 없다.
무뚝뚝하고 뻣뻣한 사내놈들만 있다.
그래서 참 재미가 없다.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어디서 말랑말랑한 딸 하나
구할 수 없을까.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옷 사 달라 밥 사 달라
때론 앙증맞게도 애교 떨며
“아빠! 나 용돈 좀 많이 주면 안 돼?”
이러는 딸이 딱 하나만 있으면
온 종일 널뛰다 넘어져도 좋겠다.
이런 딸에게 용돈 쯤,
아, 기백이 아깝겠는가.
기천이 아깝겠는가.
집을 팔아 다 준들 어찌 아깝겠는가.
(아니, 집은 좀 아깝겠다.)
2.
참 아깝다.
만약 나를 닮은 딸이 있었다면
미스코리아 정도는 웃으며 넘볼 텐데
그래서 미스 월드에 나가 빤짝 거리는 왕관을 쓰고
무대를 활보하며 오른손을 흔들고
입 꼬리 살짝 올려 잉글리시로 인사말을
하며 그렇게나 이쁜 미소를 지을 텐데
그런 날은 나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우리 동네 이씨 채씨 미국 간 송씨
다 불러 한바탕 잔치라도 벌일텐데
아깝다.
참 아깝다.
원통하고 답답해서 뛰다 죽겠다.
3.
유진양,
내일 일요일, 아빠가 속해있는
마라톤 모임에서 소아암 돕기 마라톤 대회를 하지요.
거기서 우리 함께 뛸까요?
그래서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
눈사람 머리만큼 사 주기 할까요?
단, 아빠를 닮으면 안돼요.
내가 아빠를 열 번도 더 이겼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
졌으면 사나이답게 딱, 사줘야 할 텐데
내일 내일 또 내일.. 내일이 싹틀 때까지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아빠랑은 내기 안 하기로 했지요.
유진양, 혹시 나 아시나요?
언뜻 보면 비를 닮았고
슬쩍 보면 원빈을 닮은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장동건이 딱인
미남 아저씨,
이제 알겠지요.
혹 그래도 모르겠으면 엄마한테 물어봐요.
어쩌면 엄마는 나를 설명 할 때
신성일이 닮았다.
남궁원이 닮았다
아니면 장동휘 닮았다 그럴지 몰라요.
암튼 그 사람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사는지 나도
모르지만 그 옛날 비요 원빈이요 장동건이었지요.
유진양,
오늘 만나서 반갑구요.
앞으로 종종 만나요.
비원빈장동건 닮은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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