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도 나무도 부러워하는
보석 같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 무렵,
저는 아버지를 마냥 좋아했습니다.
잠에서 깨어 마루로 나와
창밖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 작은 얼굴의 보석은 더욱 빛났습니다.
보석은 시간에 침식되어 녹슨 쇳조각이 되고
쇳내음에 제 미소가 일그러질 무렵,
저는 아버지를 멀리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에 쟁기질을 했고
아버지의 이마에 또 하나의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가슴에 물길을 내고 녹색 잎이 무성한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마음에 바람을 불러왔고
그 산들바람이 전보다 빛나는 보석을 빚을 무렵,
저는 비로소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삶은 제 삶의 지표가 되었고
그 지표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려
어설픈 뜀박질을 해봅니다.
이제야 제게도 성년이 찾아왔나 봅니다.
2.
상철이 형,
우와 글을 참 잘 쓴다.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글을 좀 써 보면 어떨까?
멋진 의대생이 글까지 잘 쓴다면
줄줄이 여학생...
그 줄 관리하기에 꽤나 머리 아프겠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멋진 일이 아닐까?
상철이 형 글을 보니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아요.
나도 글을 잘 볼지 모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생각하니
좀 더 다양한 책을 보며 사고의 깊이를 길러 봐요.
그리고 좋은 글이란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이면 돼요.
절대 화려한 말장난 같은 것은 절대 금물이지요.
글에 너무 멋이 들어가면 주제가 흐려져 결국
실패한 글이 되고 만다 하더군요.
그래서 습작기 때 흔히들 힘빼라 힘빼라 하지요.
힘이 들어간 글은 언뜻 보면 멋스럽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기호문자인 글, 즉 말하고자 하는 의미 전달이 글의 목적인
차원에서 볼 때는 화려해 보이고 빛나는 비유들이 많은 글은
결코 좋은 글이라 하지 않지요.
마치 빛깔은 참 화려하나 정작 먹어보면 맛이 별로 없는
어떤 살구처럼..
3.
1. <아버지의 마음에 쟁기질을 했고
아버지의 이마에 또 하나의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2. <가슴에 물길을 내고 녹색 잎이 무성한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마음에 바람을 불러왔고
그 산들바람이 전보다 빛나는 보석을 빚을 무렵,>
1의 비유는 참 좋아요.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한 비유지요.
쟁기질에서 고랑으로 이어지는 비유는 유사성이 있어
참 명징하고 맛깔스럽지요.
그런데 2의 비유는 다소 무리라 생각해요.
다시 말해 글에 조금 멋이 들어간 느낌이 들어요.
2의 바로 위 문장인 1에서 적절한 비유로 문장을 이끌어 갔으면
바로 연결되는 2에서는 이제 풀어 주는, 다시 말해 숨을 고르는
일상의 실제적 가벼운 언어들로 이끌어 갔어야 하지 많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 간혹 양념처럼 살짝살짝 꼬집듯 비유를 치면
맛은 맛대로 나고 멋은 멋대로 살아나
글을 쓰는 또 읽는 즐거움이 생길 것 같습니다.
상철이 형,
오늘 내가 한 얘기 절대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나도 글을 배우는 입장에 있기에
내가 배우고 들었던 말들을 적었을 뿐이에요.
또 어제 상철이 형이 나에게 조금 거슬리는 부분을
지적해 달라 해서 내 나름대로,
순전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깡으로,
말했을 뿐이에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빠보다 글을 한참 더 잘 쓴다는
확실한 사실.
4.
위 글은 어제 상철군과 대화 중
자기가 쓴 글이 어디가 잘못됐는지 궁금하다 하기에
내 아는대로 쓴것 뿐이니 마라민국 모든 분들은
절대 오해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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