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마라토너들에게 꿈의 기록인 SUB-3,그리고 골퍼들의 염원인 홀인원, 어느것이 더 짜릿한 감동과 흥분을 가져다 줄까요. 물론 마라토너에 따라 골퍼에 따라 느낌과 평가가 다르겠지만 SUB-3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엄청난 노력, 그리고 인내의 소산이라 한다면 홀인원은 다분히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SUB-3쪽에 일단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두 기록 다 날씨, 코스, 기량등이 조화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요.
골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우스개 소리 하나를 마라토너 버젼으로 각색하여 소개합니다.
큰아들은 골프광, 작은 아들은 마라톤 매니어인 두아들을 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평소 이 아버지는 지나치게 골프와 마라톤에 탐닉하는 두 아들이 항상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죽어 하느님에게 간 아버지는 하느님에게 간청을 했습니다. 제발 두 아들이 골프와 마라톤을 그만두게 해 달라고. 하느님은 그의 간청을 받아들여 큰 아들부터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약속하고는 큰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식동안 필드에 나가지 못한 큰아들, 장례를 마치자 마자 상복차림으로 혼자 골프장으로 나갔습니다. 하느님과 아버지는 구름위에 앉아서 큰 아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골프장에 큰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아버지가 하느님께 말했습니다. ' 저놈입니다요, 하느님, 저놈이 제 큰 자식입니다. 애비가 죽은지 이제 겨우 삼일인데 벌써 저렇게 골프장에 나오는 놈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부디 벌을 내리소서.' 그러자 하느님이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비를 불렀습니다. 화창하던 날씨가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억수같이 비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라운딩을 해 나갔습니다.
이를 보신 하느님 혀를 차시더니 ' 독한 놈이로고.'하시며 이번에는 천둥과 번개를 치게 하셨습니다. 가벼운 벼락이 아이언을 맞쳐 큰 아들은 아이언 클럽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큰 아들은 계속 골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아버지가 하느님을 쳐다보자 하느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며 ' 예사 방법으로는 아니되겠구나.'하시며 큰 아들을 굽어다 보셨습니다.
큰 아들은 이미 파 4의 8번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OB 나 나 버려라!' 아버지가 중얼거렸습니다. 큰 아들은 경쾌한 동작으로 가볍게 스윙을 했습니다. 탄력을 받은 공이 힘차게 비상하며 비가 그쳐 맑게 개인 하늘로 솟아 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가볍게 손을 저었습니다. 그러자 공은 갑자기 가속이 붙어 그린까지 가 떨어지더니 백스핀이 먹혀 바로 홀컵으로 빨려들어가 버렸습니다
'홀인원이다' 큰 아들이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느님곁에 있던 아버지가 볼맨소리로 항의를 했습니다. '아니 저런 불효자에게 홀인원을 하게 하시다니요, 하느님,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하느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죠.
'아무도 봐 주는 사람이 없는데 홀인원이 무슨 소용인가. 아마 저친구도 속이 상해서 곧 이리로 오게 될걸세.'
그렇습니다. 홀인원이라는게 이루기 어려운 기록인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여러사람이 공인해줘야 비로소 빛이 나는 것이지요. 혼자서 홀인원했다고 아무리 외치고 다녀 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미친 놈 취급받기 꼭 알맞죠.
홀인원의 기쁨도 잠깐, 낙심한 큰 아들은 하느님의 예언대로 곧 아버지곁으로 와서 다시는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는 뭐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큰 아들의 골프벽을 고친 아버지는 이번에는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라톤광인 둘째의 버릇을 고쳐달라는 부탁을 드렸죠. 부처님께서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시며 청을 들어 주겠노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둘째 아들 매일 30킬로 이상을 달리며 SUB-3달성의 비원을 품고있는 그는 아버지 장례식동안 달리지 못해 안달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장례식이 끝나자 그도 역시 상복차림으로 '동동마라톤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작은 아들을 발견한 아버지가 부처님께 고해 바쳤습니다. '부처님 저기 저놈입니다. 상주두건을 쓰고 있는 저놈이 제 둘째입니다. 애비가 죽은지 이제 겨우 사흘이 지났는데 저렇게 마라톤시합에 나서다니요'.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염화시중의 미소만 흘리셨습니다.
출발신호가 울리고 건각들의 힘찬 질주가 시작되었죠. 둘째 아들도 처음부터 선두그룹에 속해 열심히 달렸습니다. 아버지 장례식 기간인 3일동안 휴식(?)을 취해서일까요? 그의 발걸음은 경쾌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하프지점 통과시간이 1시간 10분대였으니 이대로 가면 대망의 SUB-3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둘째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욱 힘이 솟음을 느끼며 속도를 올렸습니다.
40KM지점 통과시간이 2시간 15분, 이제 나머지 거리는 기어서가도 SUB-3달성은 기정사실, 둘째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피니쉬라인이 가까워질수록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역주는 더욱 힘차게 계속되었습니다. 초청선수와 등록선수의 후미는 이미 따라잡은 상태였습니다.
이 광경을 부처님과 함께 보고있던 아버지는 안달이 났습니다. '아니 부처님 뭐하고 계십니까? 저런 놈에게 SUB-3라니요. 안됩니다요. 안돼요'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미소만 짓고 계셨지요. 결승점을 약 500M남겨놓은 지점 이대로 골인하면 2시간 20분대 초반, 둘째는 기쁨에 겨워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바로 그때 부처님이 가볍게 손을 들어 둘째를 가리켰습니다. 그러자 둘째는 다리를 꺽으며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그러면 그렇지.'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둘째는 곧바로 일어나 사력을 당해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두팔을 높이 들고 개선장군같은 모습으로. 결승점에 설치된 매트를 지나면서 칩이 내는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는 흥분해 있었습니다. 전광판의 시계는 2시간 23분 47초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록이면 마스터즈부문은 1위가 틀림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칩을 반납하려 왼쪽 신발에 단단히 묶어 두었던 칩을 끌르려는 순간 둘째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칩이 감쪽깥이 없어졌으니까요. 사방을 둘러 보아도 칩은 없었습니다. 대회본부에서는 장내방송을 통하여 칩을 반납하고 기념품을 받아가라는 멘트가 계속흘러나왔습니다. 칩을 반납하지 않으면 기록도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22,000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낙담한 둘째는 그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대회본부의 의무요원이 달려 와 응급조치를 취하자 그는 'SUB-3, SUB-3...를 끝없이 외치며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는 역시 믿거나 말거나 황당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2001/03/17)
(*) 오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만큼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시간도 행사도 많은 달이지요. 그러나 마라톤에 빠져 이 오월마저 그냥 무심코 지난 것 같은 죄책감에서 스스로를 경계하고자 오래 전에 썼던 우스개 소리 하나 올립니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