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도 꽤 늦었기에
잠을 잘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도 해보고
시집을 들추며 영감을 찾아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두꺼워진 뱃살을 만지작거려도 보고
그러다 습관적으로 아랫마을 주민을 깨워
바락바락 성깔 피우게 약도 한번 올려도 보고
(ㅋㅋㅋ.. 神은 참 기술도 좋으셔, 어쩌면 이렇게 이쁘게도 만드셨을까.)
그렇게 세상은 참 고요했는데
갑자기 경기(끼)하듯 사지를 비트는 핸드폰
(늦은 밤엔 항상 진동으로 놉시다)
“빨리 언능 나와.”
상당히 높은 양반인 듯 순전히 명령쪼다.
“아니, 이 시간에 어댈 나가요?”
때마침 홀랑 벗고 책상에 앉아 있었기에 못나간다 버티었더만
“엠병하네, 언능 나와.”
아파트 입구
흰 세단 한 대가 서 있다.
언뜻 봐서 벤츠 같은 차 트렁크에서 긴 자루를 꺼내는 사내,
아침에 밭에서 캐 왔단다.
가지고 가란다.
가서 잘 먹으란다.
먹고 무럭무럭 힘 길러 벤츠들이랑 잘 지내란다.
(쳇, 얼마나 잘 놀고 있는데...)
족히 30kg은 되 보이는 다마네기
한 푸대.
내일부터 즙을 내 먹어야겠다.
그래서 왕창 힘 길러야겠다.
인자 벤츠들은 나한테 다 죽었다.
2.
그나저나 그 아저씨 이름도 난 모른다.
참 고마워 인사라도 해야 할 텐데
그냥 가버렸다.
키, 무쟈게 작음.
눈, 무쟈게 작음
거시기, 무쟈게 작음.
(그래도 어찌어찌 했는지 아들 딸은 있음.
그 기술은 과외도 안 받고들 어찌 그리 잘하는지 몰라.
나는 참 힘들더만..)
보신 분은 가까운 파출소로 신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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